20. 다시 일상으로

by 밍기

순례길을 걸으며 많은 글을 썼다.


좋은 소스 덕분일까, 지나고 보니 모든 글이 정말 만족스럽다. 이 글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 그 끝은 나를 향하는 게 대부분이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것,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 내 행동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개인적인 성취로는 물론 산티아고 순례길의 의미에 비춰봐도 이번 순례는 꽤 성공적이다.


하지만 순례길은 이제 끝났다. 따라서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도 당연 함께 끝내야 한다. 정확하게는 이 이상 스스로에게 매몰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위할 능력은 내게 없다. 그럼에도 나는 내 가족, 친구, 동료, 사회 그리고 세상을 위해 살아가고 싶다. 그 속에 나의 인생길을 예비하시고 걷게 하신 하나님의 뜻이 있으리라고 믿는다.


길 위에서 얻은 것들은 이제 가슴 깊숙한 곳에 심어두겠다. 한 톨의 씨앗은 시간을 토양 삼아 뿌리를 내릴 것이다. 싹이 트고, 가지를 뻗치고, 꽃이 피어 열매를 맺는 순간이 곧 올 것이다. 그것으로 만족한다. 천천히, 하지만 간절히. 모두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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