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겠습니까? 당신에게 다 말씀드리지만 당신의 역할은 어렵습니다. 당신은 연극을 하는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연극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게 되면 당신이 지는 거지요.”(271p)
시골 목수의 셋째 아들인 쥘리앵 소렐은 우연한 기회에 베리에르시(市)의 시장댁에 가정교사로 취직한다. 똑똑한 미소년 쥘리앵은 귀족사회에서 주목받으며, 시장의 부인인 레날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고, 둘은 서로를 위해 결별한다. 그 후 파리의 명문가인 라 몰 후작의 비서로 채용된 쥘리앵은 그의 딸 마틸다와 또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사랑’이라는 주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기 있는 소재다. 사랑은 남녀사이의 호감으로 시작해 연애 후 결혼으로 결말짓는다. (요즘은 비혼도 많다)
하지만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서로 호감을 가지기도 쉽지 않고, 생긴다 해도 그것을 연속해 나가는 관계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전략적으로 ‘사랑’ 하기도 한다.
이른바 ‘밀당'. 상대의 반응을 보며, 애정표현을 조절한다. 상대가 나를 궁금해하도록, 나를 쉽게 보지 않고 안달 나도록.
“그녀를 두렵게 하라. 적은 내가 두려움을 줄 때에만 내게 복종할 거야. 그러면 적은 나를 감히 경멸하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내가 굴복시켜야 하는 것은 악마다. 기필코 굴복시켜야만 한다. 그녀로 하여금 언제나 이런 의심을 갖게 해야 해.”(319p)
하지만 ‘밀당’은 그에게도, ‘나’에게도 쉽지 않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끊임없이 절제하고 조절해야 하며, 상대의 반응도 끊임없이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계략대로 하는 노력이란 그렇게 힘이 드는 법이다.”(306p)
하지만 이것이 사랑일까? 이것은 전쟁이다.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예측해서 내가 할 행동을 정확히 계산하는 것. 그렇기에 그 상대도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너’를 잡기 위해 집착하게 된다.
쥘리앵은 마틸다의 사랑을 쟁취한 후 정복감을 느낀다. “어떤 놀라운 무훈을 세운 뒤에 총사령관에게서 단번에 연대장으로 임명받은 청년소위의 행복감(2권 192p)”을 쟁취한 것이다. 때때로 사랑은 이렇게 전략을 요한다.
이 소설은 19세기 근대소설이지만, 현대에도 통한다. 가장 인기 있던연애 프로그램인 ‘마녀사냥’에서 사람들은 “그녀는 나에게 호감이 있을까요? 이것은 그린라이트인가요?”라고 묻는다.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갖고 싶은, 사랑의 책략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쥘리앵은 자칭 연애전문가인 친구 코라소프 백작과 상담 후, 불행한 마음이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