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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쌤 May 14. 2020

16)너만의 비행기를 접으렴!


한국에서 같은 시기에 온 선생님이

당시 일하던 유치원에서

종이비행기 접는 시범을 보이며 아이들에게 따라 접게 했다.


우리 시선으로는 

선생님은 보여주고, 아이들은 따라 하는 미술시간이라고 생각한 건데

한 동료가 아이들에게

꼭 똑같이 접어야 하는 건 아니야,

다르게, 너희들만의 비행기를 접어도 돼!

라고 했다고 한다.

나에겐 완전한 문화충격.


아이들이 똑같이 접지 못하면

교사가 접어서라도

교실엔 20개의 똑같은 비행기가 전시되는 것을 보다 왔고,

일부 캐나다 유치원은 아직 그렇게 하긴 한다.


아이들의 관심사와 무관한 

교사에 의한 

어떻게 보면

교사를 위한 보여주기 식 수업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첫 동료와 일할 때

큰 전지에 아이들을 눕혀놓고 내가 또는 또래들이 몸을 그려서 오리는 활동을 했다가 

어떤 동기로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동료에게 질문을 받았다.

한국에서 자주 하던  좀 있어 보이는 활동이어서 그냥 했고

아이들의 반응은 별로였다.


참여수가 적은 건 상관없어.

활동이 아이들의 관심에서 촉발되었고,

어떻게 그 활동을 전개할 것인지 

아이들과 대화를 통해 시간을 가지고 시작했으면 더 좋았겠다

라는 동료의 조언을 받았다.


이게 나의 첫 유치원이 지향하는 Reggio Emilia의 철학이자

20개의 똑같은 종이비행기를 만드는

한국식 Teacher-initiated activities(교사 주도 활동)의 차이점이다. 


이러다 보니, 한국에서 급조해 온

종이접기, 클레이 등의 자격증은 의미가 없었다.


대부분은 캐나다 유치원은 

자유선택 놀이가 하루의 주를 이루고

일부 circle과 실외활동, 점심시간, 낮잠시간만 그룹으로 한다.


여기서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원장과 교사의 철학이라서,

자칫하면 교사는 감독만 하고, 아이들끼리 방치되는 하루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보던 유치원 교사의 일보다 훨씬 쉬어 보였다.

뭐야, 여긴? 

차량도 안 돌고, 환경미화도 재롱잔치도 안 하고, 시간 외 근무도 없고.


그러나 정말 좋은 원들은 

교사들이 끊임없이 아이들 가까이에서, 

또는 적당한 거리로 방해하지 않으며, 

아이의 호기심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적당한 타이밍에 질문을 하고 사고를 확장시키는데,

이때의 질문은 단답형 질문보다는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을 한다.


왜 그렇게 생각했어? 

네 생각을 말해줄래? 

다음은 어떻게 진행될 거 같아? 

네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려면 어떤 게 달라져야 할까? 


그리고 교사가 할 수 있는 밑 작업들을 한다. 

교실 환경을 바꾼다던지, 관련 물건들이나 책을 비치하고, 요즘은 온라인 자료를 활용하기도 한다. 

야외 할 동을 통해 확장시키거나, 관련된 도움을 communitiy에서 찾기도 한다.

Community 활용의 예를 들자면,

학부형들의 일일교사 요청,

파충류에 관심 있던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박물관으로,

모래놀이를 좋아하던 그룹을 위해  더 넓은 모래놀이터로 버스여행을,

원의 작은 텃밭의 확장 개념으로

communitiy garden이라는 공공텃밭을 방문했다.


아쉽게도 지금은 없어진 다운타운에 위치했던 community garden, 사진출처:구글 이미지



이러한 차이를 알고 나니

만만해 보이던 캐나다 유치원 교사하기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

어린 시절의 나와 내 아이에게 주고 싶은 교실에 내가 서 있는 것이다.


모든 원은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어서

이 원이 다 좋았다고 할 순 없지만,

나의 첫 동료들과 원의 환경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고

한국에서도 같은 환경과 같은 철학을 실현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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