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은 부업인가요?
퇴근합니다. 조금 일찍 회사를 나왔습니다. 오늘은 대학원 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나이에 다시 학생인 게 실감이 안 나지만, 아이패드 학생 할인 받을 수 있습니다만, 학생은 돈이 없습니다.
퇴근 전에 팀원들과 조용히 인사를 했습니다. “한 주간 고생이 많았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라고 말이죠. 학교를 가는 게 편하지는 않습니다. 수업 내용이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회사의 기대 때문입니다. 아무도 아무 말도 안 했지만 기대한다는 말을 들은 느낌입니다. 환청인가요.
교수님이 올려주신 자료도 읽고 책도 보면서 복습을 할 때마다 좌절 자주 합니다. 이렇게 어려운 수업을 이렇게 머리 안 좋은 내가 왜 이 나이에 듣고 있나 현타가 옵니다. 검색을 해서 블로그에 관련 정보를 찾아보면 모두 천재들 뿐인 세상입니다. 오똑케 그렇게 다들 똑똑한지 모르겠습니다. 그 어려운 공식을 술술 설명해 놓았습니다. 감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봐도 역시 이해 안 됩니다. 그냥 모르겠습니다.
나름 대학원을 갈 때 꿈이 아주 야무졌습니다. 대학원에서 배운 지식으로 나의 꿈을 원대하게 펼쳐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한 학기가 지나고 그 꿈이 원대한 만큼 반대 급수로 음의 방향으로 빠르게 수렴했습니다. 그리고 풀타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습니다. 밥먹고 잠 안자고 공부만 하는 학생을 제가 어떻게 이기나요.
이번 학기는 마음을 내려놓고 공부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기대치를 좀 낮추고 그 이상 뭔가 달성하면 조금 우쭐하는 전략이 좋겠습니다.
교수님 최적화 함수가 도대체 뭐죠? 잘 쓰고 싶어요.
숙제 좀 조금만 내주세요. 부탁드려요
애들 학교, 학원 다녀오면 숙제 많다고 투덜댑니다. 제가 숙제가 너희들 배운 거 복습하고 본인의 지식이 된다고 했는데 제가 숙제를 받고 보니 아이들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미안하다 애들아. 숙제 미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