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합니다.
한 시간 정도 긴 시간인데 그 시간이 아깝게 느껴집니다.
그 시간대에 앉아 가는 호사는 사치입니다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지하철을 타면 앉아 가고 싶습니다.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면 할 수 있는 게 많습니다.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제 사진 수업 학생의 댓글에 답도 하고 온라인 수업도 들을 수 있습니다.
서서는 하기 힘듭니다. 몇 번 시도를 해 봤는데 목과 어깨 팔에 무리가 갑니다. 어떻게든 앉아야 한 시간의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로 같은 구간을 오래 타면 아는 얼굴이 보입니다. 어디서 내리는지 알게 되죠. 오늘도 그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나를 모르지만 저는 그를 알죠. 그는 이전 역부터 앉아서 항상 스마트폰을 보면서 아래를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운이 좋습니다. 그 앞에 아무도 없습니다.
앞에 얼른 섰습니다. 한 시간 동안 뭘 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그의 옆자리 승객이 음악소리를 크게 해 놓고 노래를 듣습니다. 너무 시끄러웠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습니다. 그가 곧 내립니다. 제 자리가 예약되어 있습니다. 진퇴양난입니다.
그때 그 요란한 승객이 흐뭇한 미소와 함께 음악을 끄고 다음 역에서 내립니다. 오호. 저는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렇게 한 편의 브런치 글이 완성됐습니다.
오늘 아침은 시작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