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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프라하 Sep 19. 2024

강북강남 1억의 가치 (feat 베테랑)

아버님 왜 그러셨어요?


여러분 베테랑 보셨어요?


추석연휴 마포서 황정민이 엄청 고생하는 이야기


그 이상은 스포라 삼가겠습니다. 영화는 아주 재미있습니다. 



시아버님은 그 황정민과 같은 직업 마포서 강력계 형사 (강폭계던가?) 였습니다.


공덕동에 있는 마포서 말이죠.


요즘 영화만 보면 마포서가 많이 나오는데 극한직업도 마포서죠?


왜 마포서가 많이 나올까요?



실제로 아버님은 황정민 보단 마동석과 닮으셨습니다. 




제가 언젠가 이 이야기를 한번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럼 형사 황정민의 노후는 어땠을까요?


공덕동 근처에 일찌감치 자리 잡아 마포 근처 아파트도 하나 확보하고 연금도 받는 나름 괜찮은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요?



언제가 이 이야기를 꼭 한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90년대 중반 4월의 선거날 휴일  신촌에서 미팅을 하였다.


어디 사세요? 흔히 그렇듯 호구조사가 시작된다.


"저는 **동이요."

"어? 저는 곧 거기로 이사 갈 예정인데요. 부모님이 분양받은 아파트가 지금 짓고 있어요."


대학교 4학년 풋풋했던 나와 막 졸업하여 취직한 그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어 연인이 되었고 결국 소개팅남은 다음 해 우리 동네 완공된 아파트에 입주를 했다.


같은 동네에서 시도 때도 없이 슬리퍼를 끌고 데이트를 즐기다가 얼마 안 가 나는 곧 부모님을 따라 강남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그리고 5년 정도 연애 후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친정은 강북에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가지고 있었다.


테헤란로에 본사가 있었던 직장생활을 하시던 아버지는 정년퇴직 후의 생활비를 걱정하시며 사시던 곳 근처에 월세수입이 나올만한 근린상가를 보러 다니셨고, 위층에는 살림집을 아래층에는 상가 임대를 줄 수 있는 곳을 선별하시어 노후 대책으로 구입하려 하셨다.

좋은 물건을 찾아내시면 무엇하나. 살고 있는 단독주택이 쉬이 팔리지 않았다.


강남의 아파트에 사는 이모들이 거봐라, 단독주택은 잘 팔리지도 않는다. 아파트는 조금만 가격을 낮춰도 바로 팔린다며 이구동성 강남 오라고 하였다.


우리 엄마는 팔리지 않는 단독과 이모들의 강남타령에 화가 나 있으셨다.


어느 날 내가 돈이 없어 강남을 못 가냐? 하시면서 강북의 상가주택 구입을 포기하시고 여윳돈으로 강남 한강변의 아파트를 전세 끼고 사셨다. 지금으로 말하면 갭투자였던 것이다.


IMF로 집값이 저렴할 때 우리는 1 가구 2 주택이 되었다.



같은 시기.


시댁은 시아버님이 마포 공덕동에 근무하셨어서 공덕동 인근에 사셨다.


역시나 은퇴준비를 하시던 시댁은 퇴직하고 공기 좋은데 사시겠다고 일산으로 이사 가시려고 하였다.


그러나 대대손손 한양에서 사시던 양반집 출신이라 서울을 벗어나기 아쉬우시다며 내가 살던 바로 그곳 강북의 한 두동 짜리 아파트 청약 당첨이 되어서 시댁도 1 가구 2 주택이 되셨다.


시간이 흐르고 친정은 어느 날 불현듯 단독주택이 팔리고 우리 형제들 교육이 강북에서 대충 끝난 뒤 낡은 한강변 아파트로 이사를 가셨고, 그 아파트는 끝내 재건축이 되어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가 되어 입주하여 사신다.


시댁도 97년경 강북의 새 아파트가 완공되어 퇴직금으로 잔금을 치르고 입주를 하셔서 지금까지도 잘 살고 계신다.


문제는 마포 집을 세주고 입주하셨는데 은퇴하고 나니 낡은 집 세입자가 자꾸 이것저것 수리를 해 달라고 하니 번거롭고 돈도 들고 귀찮아졌디.

말로만 무성하던 재개발은 언제 가능할지 모르니 부담스러워 가지고 있던 집을 2000년대 초 부동산 하락기에 파셨다.


지금 마포의 재개발 시세가 어떤지는 다들 잘 알고 계실 것이다.


그 당시 97년경 친정에서 산 아파트는 총 매매가 2억 남짓. 전세 끼고 갭으로 아파트를 살 때 들었던 돈이 9천 정도.

시댁이 97년 입주한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시기는 그 보다 몇 년 전이겠지만 1억 2천 정도.


두 집이 아버지들 퇴직 무렵에 1억 전후의 비슷한 돈을 한분은 갭투자로 강남의 재건축에, 한분은 강북 신축 분양권 당첨으로 노후 대비를 하신 것이다.

사실 들어간 돈은 시댁이 더 많으나 지금은 그 결과를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것이다 


두 집 다 그 후로  한 번도 이사를 가지 않아서 그 간극을 나는 시댁과 친정을 오갈 때마다 느낀다.



새집에 입주하신 시어머님은 그동안 편하게 사셨고, 낡은 재건축 아파트에서 사시던 친정어머님은 재건축 중에도 추가 부담금 때문에 낡은 집으로 이사 다니시며 힘들게 사셨다.


이번 추석에도 친정집 거실에서는 한강이, 시댁에서는 북한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두 집의 가격차이는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이다. 



그래도 아버님은 연금으로 잘 사시지 않겠냐고요?

.


(유구무언)

.

.


.

***


이제와 시아버님의 재테크 실력을 탓하자는 건 아닙니다.


유괴범도 잡으시고 표창도 있고 암튼 나라를 위해 좋은 일 많이 하셨답니다. 


그러니 복 받으셔서 저 같은 사람을 며느리로 보신게 아닐까요?


ㅎㅎ



두 분의 투자를 지켜보았으니 그럼 자식인 나는 재테크는 좀 잘하지 않았겠냐고요?


한때는 저도 아버님이 재테크 실력을 원망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보니 저도 뭐 만만치 않더라고요.


저가에도 팔아보고 꼭지에도 사보고


각종 규제에도 시달려보고 역전세도 겪어 보고


지금은 지나 보니 알겠는데 그때는 잘 안 보여요.



언제나 우리는 반포주공이, 압구정현대가, 대치은마가 결국 잘 나갈 것을 알지만 살 돈이 없잖아요?


근데 제대로 된 것을 살 돈은 계속 없어요.


대출을 무서워해서 그런 것 같아요.


직장생활을 해서 한 푼 두 푼 모으는 사람들이 과감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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