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화 기관으로서의 학교
오늘날의 공교육 현실에 만족하는 학생, 학부모, 교사는 많지 않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24년에 발표한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5년 전보다 교육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응답한 성인은 20%에 불과했습니다. 전년도 29.2%에서 9.2%포인트나 감소한 수치입니다. 이 통계는 우리 사회 다수가 공교육의 질에 대해 깊은 불만을 품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불만의 근본 원인은 학교가 ‘공공선을 실현하는 민주 시민 양성’이라는 본래의 목표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학교는 사회화 기관이라기보다 사회적 계층 이동의 도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학부모와 학생은 공교육을 통해 더 높은 학벌을 얻고, 궁극적으로 사회경제적 성공을 이루려는 목표에 집중합니다. 그 결과, 교권 약화·사교육비 증가·학생의 심리적 불안 등 다양한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수월성 중심 교육 시스템’ 속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부모와 교사, 그리고 또래 집단으로부터 인정받습니다. 문제는 그 ‘성적 우수성’이 비도덕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방패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우먼센스』의 「엄마들이 말하는 현실 학교 이야기(2)_학폭의 가해자와 방관자」에 따르면, 최근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오히려 성적이 우수하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학생들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들은 ‘좋은 성적’을 이유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각한 불평등이 드러납니다.
‘성적이 좋기 때문에’ 용인되는 잘못된 행동은, 결국 학교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2024년 서울시의회 김혜지 의원은 혁신학교인 강동구 선사고를 언급하며 “공부 안 하는 친구들에겐 최고의 학교”라 하고, “졸업할 때 가장 잘 간 대학이 경희대더라”는 발언을 남겼습니다.
이 발언은 단순한 개인 의견을 넘어, 공교육의 목적을 여전히 ‘명문대 진학률’에 두는 구시대적 수월성 이데올로기를 반영합니다. 나아가 청소년에게 ‘좋은 대학 = 좋은 인생’이라는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줄 위험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치인의 발언은 공적 책임과 윤리의식이 전제되어야 하며, 그 말이 청소년이라는 사회적 약자에게 상처로 남지 않도록 세심히 다듬어야 합니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수하는 기관이 아니라, 품위 있는 시민을 길러내는 사회화의 장이어야 합니다. 이제 공교육은 경쟁과 서열 중심의 낡은 패러다임을 벗어나, 협력과 공존의 가치를 가르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공공선의 학교’가 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