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 『국가 이야기』

by 에밀리


들어가며


‘시오노 나나미’라는 이름이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보통명사처럼 쓰이게 된 지 오래다. 그녀의 대표작 『로마인 이야기』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로마사 입문서로서, 비판할 점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세출의 명저로 평가받는다. 전문 사학자가 아닌 작가가 방대한 로마의 역사를 흥미롭게 서술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국가 이야기』는 시오노가 2007년 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한성례 씨가 편역한 책으로, 2019년에 출간되었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우연히 발견해 읽기 시작했는데, 단숨에 몰입할 만큼 흥미로웠다.


로마, 너무나도 매혹적인 역사


근 1,500년 동안 로마 제국은 어떻게 그 거대한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시오노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을 제시한다.


(1) 국가의 기틀을 세운 세 인물 –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티베리우스
“사실상 로마 제국은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티베리우스 이 세 사람이 세운 나라다. 카이사르가 청사진을 그리고, 아우구스투스가 건설했으며, 티베리우스가 내부를 정비했다. 이후 로마 제국은 이 형태를 답습했다.” (p.45)


(2) 타민족에 대한 포용력과 능력주의

로마는 출신이 아닌 능력을 기준으로 인재를 등용했다. 또한 다신교 사회였기에 이민족의 신조차 ‘만신전(판테온)’에 포함시켰다.


(3)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로마는 도로·수도·교량 등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했다. 그들이 건설한 다리만 3,000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인프라가 ‘하드웨어’였다면, ‘소프트웨어’는 로마법이었다. 법의 지배(Rule of Law)의 원형이 바로 로마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시오노의 분석이다.



인상 깊었던 부분


이 책은 로마사를 단순히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오노는 로마의 사례를 바탕으로 현대 일본 정치와 정치인을 분석한다. 특히 아베 신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에 대한 평가가 흥미롭다.


“아베 총리가 고이즈미 총리를 흉내 내서는 안 됩니다. 두 사람은 천성이 다르니까요.
아베 총리는 변화구를 던질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사람이 언제나 한결같으면 질려버리지요.
정치는 본질적으로 싸움이자 드라마입니다.
‘고이즈미 극장’을 비판한 사람도 많았지만, 정치에는 싸움도 연출도 필요합니다.
그게 싫고 못 하겠으면 정치가 아니라 관료를 해야지요.” (p.24)


시오노의 문장은 간결하지만 날카롭다. 정치의 본질을 ‘연출’과 ‘드라마’로 본 그녀의 통찰에는 냉정한 현실 감각이 깃들어 있다.


아쉬운 점


다만 전체적으로 다소 독선적인 태도가 느껴진다. 시오노는 로마의 정치가들을 분석하던 방식을 그대로 현대 정치인들에게 적용한다. 당시에도 생존해 있던 아베와 고이즈미를 역사 속 인물처럼 다루며, 그들의 출신 배경(화족 여부), 형제 관계, 정치적 성향을 근거로 미래의 행동을 예측한다.


이러한 접근은 귀납적 추론의 전형이다. 그러나 유발 하라리가 말하듯, “역사의 궤적은 비전형적이고 불규칙한 인물에 의해 크게 변한다.” 시오노는 이 ‘불규칙성(irregularity)’에 대한 설명력이 부족하다. 역사를 지나치게 질서정연하게 읽으려는 시도가 오히려 그 본연의 생동감을 약화시킨다.


‘잘 팔리는 책’에는 이유가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전형적인 딜레탕트(dilettante), 즉 학문적 훈련보다는 흥미를 바탕으로 역사를 탐구하는 교양인이었다. 따라서 그녀의 글에는 학문적 엄밀함보다는 서사적 생동감이 더 두드러진다.

그녀의 저작이 시대를 초월해 읽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역사 속 인물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권력, 그리고 제국의 흥망을 생생히 그려냈기 때문이다. 『국가 이야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시오노의 책을 덮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그녀의 책이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았는가.”
그 답은 단순하다. 그녀의 글은 역사를 말하면서도, 결국 ‘인간’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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