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와 가치판단의 구별

스레드 대화를 통해

by 에밀리

(1) 팩트란 무엇인가


팩트 개념은 베버가 말한 ‘이상형(Ideal Type)’과 깊게 연관됩니다. 연구를 위해 어떤 현상이나 사물의 다양한 요소를 특정 기준에 따라 압축하는 과정이지요. 예컨대 ‘유교’를 연구한다고 가정합시다. 원시 유교인지, 성리학인지, 종교로서의 유교인지, 혹은 사회윤리로서의 유교인지 먼저 합의가 필요합니다. 연구 목적과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유교의 여러 특성 중 일부를 선택하는 작업이 바로 ‘팩트 구성’의 출발점입니다.


또한 팩트는 감정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언론에서 사용하는 5W1H(Who, What, Where, When, Why, How)가 대표적이지요. 사실을 기술할 때는 감정이나 평가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며, 독자가 “옳다 / 그르다”라고 판단할 수 있도록 건조한 형태로 제시되어야 합니다.


즉 팩트란 일정한 목적(연구·보도 등)을 위해 감정을 배제하고 기술한 내용이며, 독자가 판단할 여지를 남겨두는 서술 방식입니다. ※ 스레드 대화 (1) 참조



왜 말을 해도 못알아 들을까.jpg 스레드 대화 (1)



(2) 가치판단이란 무엇인가


반면 가치판단은 본질적으로 ‘주관’을 포함합니다. 그래서 다소 정열적이고, 개인의 관점과 해석이 개입됩니다.


다시 유교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제가 대화를 나눴던 스레드 유저는 유교의 ‘이상’을 ‘서’라고 보더군요. 하지만 ‘이상(ideal)’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미 주관적입니다. 누군가는 유교적 가부장제를 이상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원시 유교의 순수함을, 또 다른 누군가는 유교적 자본주의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맹자를 좋아해서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는 구절에 깊이 공감합니다. 필요하다면 역성혁명도 가능해야 한다고 보는 편이죠. 하지만 제가 스레드 유저에게 “서가 이상일 수는 없습니다. 유교적 이상은 역성혁명입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가치판단은 옳고 그름의 문제로 결론낼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3) 왜 이 구별이 중요한가


사회과학 전공자들에겐 너무 자연스러운 구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레드에서 다양한 분들과 대화하다 보니, 우리가 ‘상식’으로 여기는 이 구분이 결코 보편적 상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결국 ‘상식’이라는 것조차 가치판단의 산물이니까요.


팩트와 가치판단을 구분하는 일은 학문적 사고의 기본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사회를 읽어내는 방식의 토대가 되기도 합니다. 이 글이 그 점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또한 저는 이러한 지식을 존경하는 저의 은사, "이상혁" 선생님으로부터 배웠는데요. 이러한 주제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상혁 선생님의 명저 "Dr. LEE의 논리적 글쓰기"의 일독을 추천 드립니다.






유감스럽게도 어떤 사람들은 끝까지 팩트와 가치판단을 구별하기 어려워 합니다.

그러한 모든 분들께, 명저 "논리적 글쓰기"의 3회독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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