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은 이미 목적을 잃어버린 시험이다' (?)

줄세우기 교육을 넘어

by 에밀리

얼마 전 한 공교육 교사가 수능 제도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발언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과연 수능은 어떤 목적으로 출제되는가? 그 고난도의 문항들이 대학에서의 수학 능력을 보여주는가? 해당 학문의 이해도와 사고력을 내실 있게 평가하는가? 만약 수능 출제위원들이 수험생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시험을 치른다면, 국가 교육과정 수업과 EBS 교재만으로 그 문항들을 제시간에 풀 수 있겠는가? 만약 불가능하다면, 수능은 이미 목적을 잃어버린 시험이다.”


reinakang quote 1125_1.png 출처 thread


이에 대해 메가로스쿨 LEET 언어이해 강윤진 교수님은 날카롭게 반박했습니다.


“요즘 공교육의 수능 비판은 거의 정치 투쟁처럼 보인다. 상대평가인 내신을 본인들이 잘 가르칠 동기가 있나? 문제 내고 줄 세우면 역할이 끝나는 구조다. 정말 공교육이 ‘교육적 진정성’을 말하려면 내신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강남 아이든 판자촌 아이든 모두가 1등급을 받을 만큼 잘 가르치겠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실천 의지는 없다. 수능만 ‘줄세우기’라 비난하지만, 내신 역시 학생을 줄 세우는 동일한 장치다. 수능이 어렵다고? 사교육 확산으로 학생들의 문제풀이 스킬이 정교해지니 출제 또한 더 난도 높게 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수능 비난은 공교육이 ‘절대반지’를 쥐려는 시도처럼 보일 뿐이다.”


저는 이 지적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특히 “3년 동안 12번 단 한 번도 실패하면 안 되는 내신 구조”, 그리고 “교사의 눈 밖에 나면 손해를 보는 평가권력”에 대한 언급은 너무나 현실적입니다. 수능이든 내신이든, 결국 모두 학생을 줄 세우는 시스템이라는 점도 뼈아픈 지적입니다.


왜 수능의 난도가 계속 높아질까요?


아이들이 사교육을 통해 점차 더 높은 문제풀이 역량을 갖추게 되니, 출제 측 역시 문제를 더 까다롭게 설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수능이 문제다”, “내신이 문제다”라고 싸우는 것은 사실 본질을 벗어난 논쟁입니다. 필요한 논의는 ‘수능이냐 내신이냐’가 아니라, 교육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본질적 질문입니다.


저 역시 고1 때 담임교사의 눈 밖에 난 적이 있습니다. 그 영향이었는지 생기부를 참 이상하게 적어 주셨더군요. 그 경험 이후, 저는 학교 내부 권력에 따른 평가의 불공정성에 대해 더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히 시험 체제를 둘러싼 공방이 아닙니다.


“누가 평가권을 쥐고 있으며, 그 평가가 교육의 본질에 부합하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핵심입니다.


공교육 교사들이 수능을 공격할 때마다, 솔직히 저는 약간의 실소가 나옵니다. 정작 자신들이 쥐고 있는 내신·생기부라는 막강한 권력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수능만을 ‘문제의 근원’처럼 지목하는 태도는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시험 체제를 넘어선 더 큰 질문,
즉 “교육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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