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제임스 호수의 버드나무

by 조 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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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킹엄 궁의 스퍼 로드를 따라 버드케이지 워크를 잇는 길목의, 돌로 된 홍예교 난간에 기대었다. 그곳을 지나게 되면 호숫가 산책로에 자란 벚나무와 건너편에 늘어진 수양버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 확연히 대비되는 두 색이 오묘하게 호숫가에 흔들리어 한 번쯤 사진을 찍지 않는 사람이 없었는데, 지베르니보다는 더 진한 느낌의 장소였다. 좀 더 불투명 수채화에 가깝다고나 할까. 주변에 짙게 운집한 습기를 따라 머릿속을 관통하는 벚꽃 내음을 한껏 들이마시면, 초록빛 수면의 수양버들 사이로 뛰는 어린아이와 연인, 잿빛 개와 함께 가벼운 산책을 나온 중년 부부가 비치었다. 생동하는 사 월의 봄비가 모두의 어깨 위에 앉으며 축복하였다.

호숫가를 따라 깔린 좁은 보도를 따라 걷다 보면 아주 작은 새들- 참새라기에는 색이 많이 짙었으니 아마 ‘로빈’으로 불리는 울새였으리라-에게 먹이를 주는 친절한 노인도 있었는데, 사실 그 모습에 열광하는 작은 아이들의 외침이 행인을 미소 짓게 하는 주된 원인이었다. 역시 새 생명의 제전엔 따사로운 햇살보단 봄비가 더 어울린다는 게, 이 수채화에 대한 지배적인 감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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