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Gaelic Clipper

by 조 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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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를 잔뜩 머금어 축축한 밧줄을 잡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메인 데크가 펼쳐졌다. 저 앞에는 클리퍼 특유의 날카로운 이물이 템즈강을 향해 뻗어 있었다. 갑판을 걸레질 중인 직원과 서로 고갯절을 하였다. 서너 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도 저 이는 지금처럼 귀여운 공원 반팔 셔츠가 아닌 땀과 바닷바람에 절은 구릿빛 피부를 뽐내고 있었으리라.

영국의 자존심을 지킨 마지막 클리퍼의 흔적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물론 이 전에도 태핑호와 아리엘호가 있지만, 당시의 신식 기선인 브리타니아호를 제치고 지나갔던 전설적인 이야기를 가진 범선은 아마 이 커티 삭이 유일할 것이다. 고전 항해술이 가지는 매력을 한껏 보여준 사건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드라마틱한 부분을 제외한다면, 사실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는 세대의 마지막 외침에 가까웠다. 수에즈 운하의 개발과 엔진을 동력으로 하는 기선의 등장으로, 범선은 효용가치를 중시하는 시장에서 빠르고 정확히 제외되고 있었다. 더 이상 능숙한 항해 경험과 더불어 마스트에 올라가 돛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세일러가 필요 없는 것이었다. 포드 T가 마차를 밀어낸 것이나, 공장 자동화를 계획하는 사측에게 일정한 수의 노동자가 부담이 되는 것처럼.

고물 바깥 편에서는 안전장치를 한 몇몇의 사람들에 의해 선체 외관 보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들의 작업을 따라 천천히 시선을 잇다 보면, 배의 맨 앞쪽에는 범선 시대까지만 유행하던 나무로 깎은 선수상이 있다. 선원들의 입으로 회자되던 이야기 속 마녀 내니의 춤이나, 도망치던 농부 톰의 말꼬리이다. 미신이라 부르지만, 기약 없이 출항하던 뱃사람들에게는 붙잡고픈 하나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한 세대의 이러한 마지막 외침들은 메아리가 되어 흰 파도 거품 따라 그렇게 이곳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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