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룸에서 쓴 편지

by 조 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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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이라고 표현한다, 연필을 종이에 눌러쓸 때 나는 소리를. 터널 속 구석진 곳의 어둔 조명 아래에는, 몇십 년 전 노동자들의 일지로 사용되던 노트가 전시되어 있다. 저렇게 연필을 주로 쓰던 시절이 있었는가 하면, 지금은 태블릿 피씨나 아이패드에 수많은 도서를 다운로드하여서 가지고 다닌다. 아마 이곳을 함께 구경 중인 저 어린아이들이 그러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사실 아직도 종이를 많이 사용된다. 다만 우리가 하루 동안 만지는 종이라고 한다면, 출근길 지하철 입구에서 나누어주는 전단지나, 점심의 카페 메뉴판-이것도 심지어 최신형 모니터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화장실 휴지로. 편지는 거의 쓰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터널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각 입구가 작은 벽돌 아치로 이루어진 이곳은, 도개교의 동력원이었던 곳이다. 70년대 초까지 사용된 타워브리지 지하의 증기기관과 기계실은 이제 화석이 되어 관광객을 위한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그 이후에는 전기를 이용해 특수한 순간에만 들어 올린다고 한다. 그 횟수가 연간 이 백여 회 정도에 그치는 정도라고 하니, 실제 많이 사용되는 곳이라기보다는 관광명소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겠다. 엔진룸의 거대한 증기기관들은 깨끗하게 관리된 상태였고, 적절히 연출된 노동자들의 의복과 사용된 장비들이 그 사실성을 충분히 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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