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몬지에 다시 올 것을 기약하다

by 조 용범
000047360025.jpg

만일 구글 맵 이전에 이 여행을 하고 있었다면 아마 타국의 애꿎은 하늘에 주먹질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톰이 잘 모르겠다고 했을 때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했건만. 아, 그는 호스텔의 같은 방을 사용하는 영국 청년이다. 그는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때마침 주변에서 며칠간 업무가 있어 멀리 위치한 자신의 집 대신에 호스텔을 택한 친구였다. 어쨌건 톰에게 버몬지 비어 마일에 관해 아는 사실이 있는지, 검색해 볼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을 때, 한참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도

“[비어 마일]이란 단어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곳에 가면 맥주 양조장들이 있는 것은 확실해.”

라는 답변을 들었던 것이다. 톰은 또한 내일의 여행지인 포츠머스와 스톤헨지에 대해서도 상당히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스톤헨지라고 하면 그럭저럭 이해는 가지만, 이 나라에 처음 온 여행자로서 포츠머스에 간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라는 눈치였다.

국내 포털사이트에도 버몬지 비어 마일에 관해서 제대로 나와 있거나, 더욱이 다녀온 후기가 있을 리 만무했다. 사실은 우습게도 단 하나의 정보 소개 포스트에 의지하여 이곳을 찾은 것이었다. (거기에도 물론 주말에 갈 것을 권하긴 했다.)

버스정류장에서부터 꽤나 먼 길을 걸어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뒤, 지하철 다리 아래로 주욱 늘어선 창고가 있는 거리에 도착하였다. 저 멀리 샤드 타워가 보였다. 평일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하였으나, 길을 지나는 이 조차 별로 없었고 굴다리 아래를 걸을 때면 무의식적으로 카메라 가방을 꽉 쥐곤 했다. 이 구역의 사람들은 나를 신기한 듯 어깨너머로까지 꽤 오랫동안 쳐다보기도 하였다.

000047360024.jpg

사실 버몬지 비어 마일에 온 것은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기 시작한 탭 하우스나 보틀 샵, 수제 맥주들이 받은 영향을 눈으로 확인하고자 함이었다. 유럽 청년들은 어떤 스타일로 즐기는지. 앞으로 예정된 벨기에나 파리의 양조장도 있었지만, 그런 곳의 전통적인 스타일과는 달리 이곳은 최근에 떠오르기 시작한 힙한 공간이랄까.

다행히 오픈 중인 숍이 있어 바에 앉아 맥주를 죽 들이켰다. 오후 네 시 경이었나. 바텐더도 흥미로운 눈치였다. 그가 말하길, 주말이면 런던의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오기 때문에 꽤나 활기찬 이 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여 그 안타까움이 더하였다. 이다음의 몇몇 숍들도 한참 오픈 중이었다. 양해를 구하고는 내부를 짧게 둘러보고, 맥주에 관해 간단한 이야기를 한 것이 전부였다. 거의 모든 숍이 벽돌로 된 아치 아래에 공간을 가진 형태의 반복이었다. 붉은색 페인팅이 인상적인 [Cobra the bottle Shop], [Anspach&Hobday], [Cidery&Taproom], [The London Beer Factory]까지. 각 가게들은 서로 다른 색으로 페인팅되어있었고, 각자의 개성을 가진 로고와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중간중간 맥주가 아닌 바이크, 자동차 수리점이 꽤 많이 있어 놀라웠다. 때를 맞추어 온다면 정말 멋진 곳임에 틀림없었다.

가죽재킷에 바이크를 탈 수 있는 가을 즈음, 낙엽 내음 걸쳐 맥주 한 잔 하러 다시 오겠노라 약속하곤 가게를 나섰다.

매거진의 이전글첫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