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 The Deck

by 조 용범

우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총탄과 대포의 폭음이 격벽을 세차게 때리는 듯했다. 좁고 불투명한 창문을 통해 바다가 보였으며, 부식을 피하기 위해 두텁게 발라진 페인트 모양이 어느 선원의 일그러진 얼굴 같아 보이기도 했다. 갑판 아래의 선원들은 육중한 선체가 진동에 흔들리면 낮은 천정을 조심하며 돌아오는 반동에 다시 몸을 가눌 준비를 했을 것이다. 범선의 갑판 아래는 고개를 숙이고 잰걸음으로 걷게 되는 낮은 곳이다. 정신 차리지 않는다면 철골에 머리를 부딪쳐 이마가 깨질 수 있다. 계단에는 구르지 않게, 문지방에서는 손가락이 끼이지 않게. 마음을 놓아도 되는 곳이 도통 없다. 전열함답게 끝없이 늘어서 있는 육중한 대포들. 그 위용에 누구라도 이곳에선 자연스레 전투 장면을 떠올릴 법하다.

이 배는 전함이지만 전투에 참여한 적 없는, 이름도 아이러니한 H. M. S 워리어호다. 그러기도 할 것이 천팔백 년대 후반 당시의 전함 제작기술은 굉장한 속도로 발전 중이었다. 영국 해군 최초의 철갑 전함이란 수식어를 달고 진수되었지만, 독일을 비롯한 다른 유럽의 나라들에서도 군비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이후 비슷한, 그리고 더 나은 전함들이 속속 출현하였다. 결국 워리어는 약 이십여 년 만에 퇴역하게 되었다. 이후 연습함으로, 그리고 다른 역할들을 수행하다 천구백팔십 년대 후반부터는 포츠머스 바다 위에 이렇게 남아 후세를 위한 공간이 되었다. 어찌 보면 격변의 시기와 세계대전을 모두 지나온 그 힘이 실로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빛이 닿지 않는 바다 아래서 영원히 조류에 쓸리는 수많은 배들을 생각해 본다면.

벽면에 정렬된 빛나는 십구 세기식 칼과 소총들, 나란히 끼워진 클래식 리볼버 권총들이 무채색의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작은 키의 소년이 당당히 그 앞을 지나 대포를 짚고 서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더 멀리 보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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