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과 까마귀와 연인들

by 조 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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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는 말이 진실이었던 것이, 음습한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가. 바람이 휘몰아치다가 잠잠했다가를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나가 오십 톤에 육박하는 거석 군단이 평원에 서서 작은 인간들을 마주 보고 있는 그곳은.

솔즈베리 평원-비가 잠잠해 카메라를 꺼내려하면, 이내 눈을 뜨기도 어려운 거센 바람이 목 뒷덜미를 세차게 때렸다. 입고 온 야상은 점점 젖어 어깻죽지가 축축한 것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사 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말이 괜스레 나오지는 않았으리. 거석은 이미 등진 지 오래였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바람이 잔잔해져 모두의 주름이 펴지었다. 까마귀들이 유난히 많은 동네였는데, 대담하게도 녀석들은 거석 위에 앉았다가,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니기도 하였다. 뷰 파인더 너머에 평원을 가로질러 오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그래, 걷는다면 아마 반시 간 남짓한 산책길이었다. 주변의 평원은 여기보다 조금 높은 제대로 형성되어있었고, 이 지방 특유의 나무들이 굽어져 제법 안락함을 주고 있었다. 봄비가 내려 겨우내 잠든 대지가 일어나고 있었고, 드문드문 양 떼 사이로 두 사람이 뚜렷해졌다. 두 연인은 무슨 재미난 이야기라도 하는 듯, 서로를 보며 웃다가 한 대씩 치기도 하였다. 이따금씩 그들 위로 마법이라도 부린 듯이 까마귀가 공중에 멈추어 있었는데, 그것은 세찬 바람을 타고 활공하는 모습이었다. 곧 버스가 도착하였고, 인파 사이로 간신히 올랐다. 연인은 저 멀리 구릉지로 가고 있었다. 남자가 그녀의 한쪽 어깨를 감싸는 것이 보였고, 차가 출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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