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어떤 절기를 지나 매미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저녁이 왔습니다. 퇴근길의 강변북로 붉은 노을은 하루가 다르게 진한 빛깔을 내뿜고, 그 위로 잠자리 떼가 슬로우 모션으로 날아가는 때.
어떤 순간에만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 있습니다. 도심 속 작은방 안의 화이트 노이즈와 달리,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찾게 해 주는-초가을 풀벌레 울음소리, 푸른 잔디가 보이는 교외의 어느 카페에서 잔을 내려놓을 때 소서에 닿으며 나던 소리. 비 내리는 오후 어두운 숲속 펜션에서 책장을 ‘사각’하고 넘기던-그런 소리들 말입니다.
비로소 머리 뒤-현실과 내 머릿속 사이 어딘가에 있던 빈 공간 속에 있던 문이 열리고, 눈을 감으면 보이는 시원한 바람 부는 어떤 언덕, 바닷가, 청량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는 깊은 숲속-이 나옵니다.
미소 외에 다른 언어가 필요하지 않은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