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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 2

광화문 광장

by 조 용범

조용한 첫눈이 정동길을 돌아, 하얗게 광화문 네거리를 감싸 안은 어느 토요일이었다. 그렇게 오늘까지도 근무를 하고는 이제 막 도착한 양복쟁이, 어느 유명 가수의 선창을 따라 부르는 대학생들. 추위에 끌어안은 연인과 가족들, 아직 앳된 고등학생까지 다 함께 광장에서 기억 속의 멜로디로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아빠! 나 꺼졌어!" 맑은 목소리의 꼬마 여자아이가 초를 들어 올렸다. 동시에 많은 이가 불씨를 내밀었고 아이의 뽀얀 볼을 노랗게 물들였다. 모두의 과거이자 현재그 작은 날개. 급히 사진기를 들어 올렸지만, 금세 수많은 뒷모습 사이로 희미해졌다. 바람이 불었고 이내, 다시금 노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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