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첫눈이 정동길을 돌아, 하얗게 광화문 네거리를 감싸 안은 어느 토요일이었다. 그렇게 오늘까지도 근무를 하고는 이제 막 도착한 양복쟁이, 어느 유명 가수의 선창을 따라 부르는 대학생들. 추위에 끌어안은 연인과 가족들, 아직 앳된 고등학생까지 다 함께 광장에서 기억 속의 멜로디로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아빠! 나 꺼졌어!" 맑은 목소리의 꼬마 여자아이가 초를 들어 올렸다. 동시에 많은 이가 불씨를 내밀었고 아이의 뽀얀 볼을 노랗게 물들였다. 모두의 과거이자 현재인 그 작은 날개. 급히 사진기를 들어 올렸지만, 금세 수많은 뒷모습 사이로 희미해졌다. 바람이 불었고 이내, 다시금 노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