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수 없는 한마디
케이블 방송을 보다가 나오는 즉시 채널을 돌리는 광고가 있다.
누구라도 한번쯤 들어본 익숙한 성우의 목소리로
"상담만 받아도!" 로 시작되는 이 광고.
참 많이도 준다. 텐트도 주고 , 슬로우 쿠커도 주고 , 건강검진권도 주고, 가끔 자전거도 준단다.
그렇다 보험상담 광고이다.
난 이 광고가 참 싫다.
다른 글을 못보신 분들을 위해서 한번더 이야기를 하면 나는 이 일을 하기전 보험영업을 15년을 했다.
어느정도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보험광고에서 나오는 저 사은품들은 설계사들이 고객을 만나기 위해 지불하는 금액인걸 나는 너무 잘 알고있다.
나 역시 만날 고객이 없을때는 DB(데이터베이스)를 사기위해 비용을 지불했고 적지 않은 금액을 내고 고객을만났고 만난 고객은 상담이 시작되고부터 끝날때까지 사은품은 언제 주냐고 했던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다.
대부분은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어렵게 멀리까지 가서 만난 가망고객은 나를 사은품 전달하는 사람쯤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참 싫었다.
보험을 할때도 공부를 많이 했었다.
내 성향 자체가 뭔가 하나를 시작하면 건성으로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고객을 만났을 때도 정확하고 남들보다 최신의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고 전문가로 인정 받고 싶어서 모임도 만들고 꽤나 시간을 투자해서 전문적 지식을 쌓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지식을 다른사람에 전달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변호사, 변리사 , 흔히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은 상담료라고 해서 시간당 비용을 받는다.
당연하다고 본다 그 사람들은 우리가 가지지 못한 정보가 있고 그쪽에 관해서는 전문가고 그 자리에 있기까지 많은 시간과 학습을했으니 그것에 대한 인정 비용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강의도 시간당 단가가 나쁘지 않다.
이 역시 짧은 시간에 내가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당연한 비용이라고 본다.
하지만 보험은 다르다.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일까.
위에 말했듯 내가 시간을 들여 습득한 지식을 전달 하려면 그걸 전달할 고개을 만나기 위해 역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 트라우마(?) 때문에 나는 저런 광고가 너무 싫다.
보험을 시작했을때도 그렇고 지금도 나는 보험을 좋아하긴 한다.
위험을 대비할만한 안정장치는 지금도 보험이 가장 좋은 안정장치라고 본다.
하지만 보험이 우리나라에 들어올때 잘못된 방법으로 도입이 되어 아직까지도 그런 시각이 남아있는것 같다.
다 그런건 아니었지만
나는 보험영업을 하면서 사람 아니 인간들의 안하무인을 너무많이 보았다.
서론이 길었는데.
보험은 '상령일' 이라는게 있다. 생소할수도 있는데 내가 보험을 새로 가입할때 보험료가 오르는 기준의 날짜이다.
이는 1년에 1번 있는데 예를들어 내 생일이 1월1일일때. 12월 31일에 보험을 가입하는것과 해가 지나서 1월1일에 가입하는것이 다르다고 흔히들 생각하는데 그렇진 않다.
보험회사에서 보험료가 바뀌는 시기는 생일이 아니라 생일 에서 6개월이 지난 날이다.
위의 예시로 보면 1월 1일 생일인 사람의 상령일은 7월1일인것이다.
이 사람은 6월 30일까지는 예를들어 30세 기준의 보험료가 적용이 된다면 7월1일부터는 31세가 되어 신규 가입할때 보험료가 오르게 된다.
내가 알기로 상령일은 보험에만 있는걸로 알고있고 왜 생일이 아니고 6개월 이후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별로 알고싶지 않았다)
이는 우리의 셀링 포인트이기도 했다.
신상품이 나오거나 기존 고객들의 보장이 부족했을때 상령일이 지나면 보험료가 오르니 그전에 보험을 준비해놓으시라는 취지였다. 어짜피 언젠가는 해야하는데 가장 저렴한 보험료로 하는게 낫다는 논리다 (사실 이건 맞는 말이긴 한다. 상령일이 지나기 전과 지난 후에 총 납입하는 보험료를 비교해보면 월 10만원짜리 보험이1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한다)
보통은 기존 고객들에게 전화를 먼저 드리고 안내를 한다.
보험은 오래하다보면 기존 동료가 계약을 성사시킨후 퇴사를 하고 그 담당자가 나로 배정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분들께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안내를 드리면서 상령일 안내를 드리고는 했다.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화를 했고 반응은 차가웠다. 아니 정확히는 무례했다.
전화를 시작할때 "보험" 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부터는 상대를 무시하는게 너무나도 느껴졌다.
"그래서 어쩌라는 말입니까?"
"아 네 . 상령일이 얼마 남지 않았고 지나면 보험료가 오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드려 볼까요?"
사실 보내고 싶지도 않았다. 일단 통화는 됐고 이야기를 하긴 해야했기 때문에 말을 한건데.
".........그럼 보내보세요" 라고 최대한 성의 없게 대답후 통화가 끊겼다.
영업을 오래하다보면. 통화만 해봐도 이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감이 온다.
이메일을 보내는게 시간낭비인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말을 꺼냈기에 상품을 비교해서 가장 괜찮은 플랜으로 메일을 보냈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메일 확인을 하지 않았고 상령일이 가까워 왔을때 메세지를 한번 보내어
메일이 수신 확인이 되지 않는것 같으니 혹시 못받으셨으면 다시 말씀해 달라는 내용을 적어 보냈다.
당연히 답은 없었고. 그냥 늘 그렇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다른 계약할 고객을 찾고있는데
며칠 후 그 고객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높은 언성으로 메일을 왜 보내지 않냐. 로 시작한 통화는
이 고객이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게 아니라 뭔가 짜증낼 대상을 찾고있었는데 마침 최근데 통화한 내가 대상이 된것같은 기분이 들었고 아마 맞을것이다..
메일을 보냈고 , 며칠뒤 확인 문자까지 보냈다는 말을 했지만 받지 못했다며 여전히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메일 주소가 OOO@OOOO.com 아니세요? " 메일 주소는 틀림없었다..
"혹시 스펨메일함 같은데 확인 해보시겠어요?"
그리고 잠시간의 정적....
"..................................."
할말이 없었다. 아마 하기가 싫었건 것이었을수도 있다.
피로감이 몰려왔다.
잠시 무슨 말을 할까 생각을 하다가 내 머리가 아니 몸에서 최적의 답안이 나왔다
"죄송합니다"
내가 무슨말을 해도 이사람은 듣지 않을것이다. 내가 보낸 메일이 왜 스펨메일함에 있는지
그건 내 의사대로 보낼수 있는것이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해봤자 소용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냥 짜증을 배설할곳을 찾고 있었는데 재수없게 내가 걸렸을뿐
이후의 대화 내용을 정리하면
니들이 스팸메일함으로 보내서 내가 보험 가입을 하지 못했고 상령일이 지나서 보험료가 올랐으니
그 비용을 청구하겠다.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겠다 등.
어디서 들어본 단어들을 잘 조합해서 내 뱉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금감원이랑 통화하시는게 빠르실것 같습니다"
한참을 듣고있다가 이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고
전화가 한두번 더 왔지만 받지 않았다. 문자인가 카톡인가가 한번 왔던것 같은데
시작이
"설계사 주제에"로 시작이 되었던것같고 거기까지만 보고 지웠다.
지금은 강의를 하고있고
주로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하거나 교육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데
기존과 비교해서 가장 좋은건
다들 기본적인 소양이 어느정도 이상은 있다는 것이다.
그전에 인류애가 사라지는 경험을 많이 해서 그런가
요즘은 강의 나가는게 참 즐겁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속담이 있지만
사람들의 태도는 여전히 직업에 따라 다르다
마치 손에 든 명함의 색깔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듯, 그 직업의 무게를 저울질하는 세상이랄까.
하지만 앞으로는 직업의 타이틀이 아닌 그 일에 담긴 노력과 진심이 더 존중받았으면 한다.
지금도 열심히 하고계신 보험설계사분들
존경합니다.
전 그만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