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이 Jul 15. 2024

그 말이 왜 웃겨?

직언과 반어로 알아보는 문해력

<나는 solo>를 보다보면 가끔 아무 것도 아닌 말에 남녀 출연진이 웃음을 깔깔 터뜨리는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데프콘과 송해나는 "저게 그렇게 웃긴 말이 아닌데 말이죠"라거나 "저 말이 웃긴가요?"라고 반응한다. MC들도 시청자들도 별로 웃기지 않는데 남녀 출연진 둘만 웃는 상황.


"저 말이 웃긴 게 아니라 그냥 서로가 좋은 거야." MC들은 현답을 내린다.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하는 말이 다 달콤하게 들린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세상이 장밋빛으로 보인다. 그처럼 수용자의 의지와 마음 상태에 따라 같은 말도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고등학생 때 국어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독자는 가능하면 작품을 최선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좋다고 말이다. 지금도 나에게는 저 말이 커다란 모토다. 그래서 나도 수업시간에 저 말을 확장해서 어떤 작품이든 자신이 읽을 수 있는 최선의 의미를 읽어내라고 가르친다. 가장 가치 있고 선하고 풍성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작품을 가장 잘 독해하고 감상하는 거라 믿는다.


일상의 대화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상대가 하는 말이 악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더라도 최대한 그 사람이 선하게 말했을 거라는 전제로 이해하면 갈등의 소지가 적다. 단, 모르는 사람이나 위험한 사람에 한해서는 논외일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나의 그러한 순진한 믿음이 산산조각난 일화가 있었다. 내가 친구에게 귀리우유를 사주었더니 너무 맛있다며 나 보고도 한 입 먹어보라고 권했다. 그 후 그 친구에게 또 귀리우유를 사주었더니 그때는 친구가 화를 냈다. 지난 번에 자신이 귀리우유 싫어하지 않았냐며. 나는 그때 상황을 정확히 재연해 주었다. 그랬더니 친구는 그거 비꼰 거라고 말했다. 반어였구나... 그것도 모르고 나는 그 친구가 맛있다며 내게도 먹어보라고 권하던 그 표현을 최대한 선한 의지로 해석했던 것이다.


직설과 반어. 풍자와 역설. 코미디와 블랙 코미디. 아, 인간의 언어는 왜 이리도 복잡하고 어려울까. 우리 인간들은 늘 이해와 오해 사이를 무분별하게 오가며 아슬하게 지내는 게 아닐까.


(위 글은 제 책 [문해력을 문해하다]의 일부분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이 뭐냐 묻는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