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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이 Jul 15. 2024

인과론과 본질주의을 넘어서

역사와 구조로 이해해보는 문해력

학생들에게 설명하기 까다로운 개념 중 하나가 '구조주의'다. 구조주의에서 '구조'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보통 '구조'의 의미를 많이들 오해하곤 하는데, 대표적으로 '구조'를 관점이나 프레임으로 이해하는 입장이다. 쉽게 말해 '구조'를 사전적 의미로 파악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조주의에서 말하는 '구조'는 사전적 정의와는 무관하다.


구조주의를 이해하기에 가장 직관적인 접근법은 역사와 대조하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구조'라는 개념은 '역사'라는 개념의 이항대립어로 이해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적 사고에 익숙하기 때문에 그와 반대인 구조적 사고가 무엇인지를 낯설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역사라는 건 하나의 대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시간이라는 종적 축을 통해 그 사이의 인과관계를 따지는 사고방식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을 이해하기 위해 고조선-삼국 시대-고려-조선-일제강점기-대한민국이라는 시간적 축에서 전후 사정을 인과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역사적 관점이다.


반대로 구조적 사고란 하나의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 공간 축으로 보는 것이다. 똑같은 예로, '대한민국'을 중국-일본-미국-북한-러시아-…-한국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는 입장이다. '구조'는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확립한 개념인데, 그는 그 아이디어를 니콜라 부르바키의 구조주의 수학에서 영향 받았다. 구조주의란 인간 사회를 이항대립적인 개념 쌍들의 관계망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다. 그 관계망은 어떤 사회든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레비-스트로스는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귀납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그러므로 철학에서 말하는 '구조'란 보통명사가 아니라 고유명사다. 인간 사회의 기저에 있는, 정해진 특정한 이행대립쌍의 관계망을 총칭하는 용어랄까.


'구조' 개념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가 가위 바위 보 아닐까. 가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위나 보와의 이항대립적 관계에서 봐야 한다. 가위 자체로는 그 의미가 미결정된 상태다.


나는 지금까지 '구조' 개념을 구조적 관점에서 설명했다. '구조'를 역사적 관점으로 설명할 수도 있었다. 부르바키가 왜 어떤 맥락에서 구조주의 수학을 정립했는지, 그 전후 사정이 무엇인지, 레비-스트로스는 또 어떤 시대적 배경과 학문적 영향에서 구조라는 개념을 차용했는지 등을 설명한다면 그것이 곧 역사적 관점이다. 그런데 나는 '구조' 개념을 '역사'와의 이항대립적 관계 안에서, 또 가위 바위 보라는 이항대립적 사례를 바탕으로 설명했으니, 이는 구조적 관점에서의 설명인 셈이다.


(위 글은 제 책 [문해력을 문해하다]의 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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