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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이 Jul 25. 2024

우주는 디지털값일까, 아날로그값일까

숫자로 생각해보는 문해력

요즘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두루 관심 있어 하는 주제 중 하나가 '시뮬레이션 가설'이다. 유튜브가 애들을 버려 놨다(농담^^). 시뮬레이션 가설이란, 이 우주가 컴퓨터 속 시뮬레이션이라는 주장을 말한다. 실제 과학계에서는 나름 진지하게 이야기되는 주제인데, 그 증거로 우리 우주가 너무 지나치게 수학으로 설명하기 적합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마치 외부의 누군가가 수학적 논리로 우리 우주를 만들어놓은 듯이 말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나는 우선 이런 의문이 든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도 수치화할 수 있을까? 나와 A 씨가 부모-자식 관계일 수도 있고, 사제지간일 수도 있고, 점원-고객 관계일 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썸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다. 무수히 많은 관계가 가능하다. 근데 그게 끝이 아니다. 가령 나와 A 씨가 친구 관계라 해도 그 정도와 결은 천차만별이다. 연인이라 해도 그렇고, 부모-자식 관계라 해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관계의 양적 질적 측면을 완벽하게 다 수치화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더 확장해보자. 하나의 집단, 공동체, 사회를 수치화할 수 있을까. 가령 현재 대한민국 5천만 국민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정치체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 가정해 보자. 국민 개인의 성향/변수는 완전히 똑같으면서 정치체만 달라진 상황을. 왕정 체제일 수도 있고, 과두정일 수도 있고, 혹은 자본주의 사회가 아닐 수도 있다. 그처럼 사회 체제라는 것도 수치화할 수 있는 걸까.


이 주제를 고등학생들에게 풀면 엄청난 논쟁이 벌어진다. 나는 그들의 불꽃 튀는 격론을 조용히 지켜보는 걸 즐긴다. 물론 결론은 나지 않는다. 과학계의 역대급 거장들을 모셔다가 토론을 시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난 궁금하다. 우주는 디지털값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아날로그값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위 글은 제 책 [문해력을 문해하다]의 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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