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차
매일 기록하기, 그게 무엇이든
기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 아닐까?
하루, 잠깐 동안에도 수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써야 할 글, 해야 하는 말도 너무나 많다. 해야만 하는 일들 속에 허우적거리며 쫓기듯 하루를 보내고 나면, 온전히 혼자가 되는 밤엔 내가 무엇을 쓰려고 했는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다. 여름에 크록스 샌들을 자주 신는데, 운동화보다 열 배출이 잘되어 좋다. 하지만 양말을 안 신고 바로 신발을 신다 보니, 발에 땀이 나면 바로 신발에 땀이 묻어 끈적해진다.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신발 바닥과 붙었다가 떨어지며 쩍쩍 소리가 난다. 끈적한 발을 꼼지락 거리며, '이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라고 키득거리던 나는 곧장 막다른 길에 갇혀버린다. 왜냐하면 그 뒤 바로 팀장님이 나를 불렀고, 당장 해결 해야 하는 일부터 끝내고 나니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전에 어떤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만 기억이 나고, 그 글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도저히 기억나지 않아서 '어라? 내가 오전에 어떤 글을 쓰려고 했더라'하고 빈 창을 노려보다가 포기한다. 침대에 잠깐 누워 릴스를 보다가, 그렇게 더 이상 잠에 들지 않으면 안 될 때가 되어서야 잠에 드는 날의 연속이다.
매일 기록하는 것이 어쩌다 이렇게 어려워졌을까. 일기장을 펼쳐 한 줄의 글을 남기기도 어렵다. 괜찮냐고, 너 지금 마음이 어떠냐고 나에게 안부 묻기 조차 어려워졌다. 그렇게 생각하니 적지 않게 서글프다.
요즘의 나는 너무 많은 생각이 찾아와 마음에 자리가 없다. 이번 달부터 새롭게 시작한 운동이 재밌지만 어렵고, 그래서 영상일기로 남겨볼까 하다가 집에 도착해서 씻고 자기 바쁘다. 회사 점심 도시락을 싸던 밤에는 이 순간을 영상으로 찍어 도시락 싸는 직장인 릴스를 시작해 볼까 하고 실제로 영상을 찍고 편집해서 업로드했다가 조회수가 나오지 않아서 반포기했다. 인도네시아어 공부를 해서 회사에 있는 인도네시아인 동료들과 프리토킹까지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재작년의 포부는 작년의 포부가 되었고 올해도 그냥 마음 구석에 안고 가고 있는 중이다. 이직해서 돈을 더 많이 벌고 싶기도 하고, 돈은 필요 없으니까 그냥 오직 자유롭고만 싶다.
왜 생각으로만 이렇게 많은 것들을 안고 있을까. 그럼에도 나는 어느 하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어쩌면 좋을까. 당장에 뭘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서 답답해하다가 일단 기록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기록하는 사람이 나빴던 적은 없다. 오늘부터 30일 동안 매일 글을 써야겠다. 그래서 내가 대체 뭘 하고 싶은지, 또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한번 두고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