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신의 목소리 묻어난다

내가 찾은 신 04.

by 프리여니v



혼자 있어도 함께 있어도 외로울 땐 외로웠다. 더불어 피어도 결국엔 홀로 핀 꽃처럼 나도 홀로 피어있기 때문일까. 내 안에 자란 홀로 이고픈 열망이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열여덟 그 해 여름밤, 나는 홀로 옥상에 올라 낮동안 데워진 아스팔트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별을 보곤 했다.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반짝이는 그 별들이 괜스레 위로가 되곤 했다. 가족과 함께 있어도, 학교 생활 속에서도 마음 한편이 늘 외로웠던 나날들. 그 안에서 나는 자랐다. 원인 모를 쓸쓸함을 내면에 인 채로 어둠 속 빛을 내는 흰 별들로 마음을 달래며 하루하루 자랐다.


온전히 혼자였던 적이 있었던가. 어린 시절엔 가족과, 집을 떠나선 동생과 살았다. 사이사이 홀로 독립해 살았던 몇 년 간의 생활 외엔 별달리 혼자 살 기회는 없었다. 나는 꾸준히 학교-직장-종교 등의 단체 생활을 해왔고, 스물 다섯 이후 늦었지만 연애도 계속해왔다. 내 곁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난 늘 외롭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또한 외롭고 싶지 않았다.


사람을 좋아했지만 좋아하지 않았고, 함께 하고 싶었지만 함께 하고 싶지 않았다. 봄바람에 이슬비 흔들리듯 늘 흔들리는 나의 이 양가감정을 나 또한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늘 홀로를 자처해 나섰다. 나는 홀로 누워 사색에 잠겼고, 자연을 찾아 나가 걸었다.


한때는 필연 같은 외로움이 싫어 저항하던 적이 있었다. 파도만이 적막을 깨뜨리는 외딴섬. 늘 존재를 그리워 하지만 그 존재가 부담스러워 고요 속에 숨는 그런 섬. 내 마음은 그런 식이었다. 사람들 품에 어울려 있는 내가 그립지만, 그 순간을 환상 속으로 밀어 넣고 싶은 존재.


그 순간을 지나며 어느 순간 나는 알게 되었다. “난 외로움을 사랑해.” 외로움을 사랑한다는 건, 홀로 있음을 당연히 여긴다는 것이었고, 그것이 편하든 편치 않든 받아들일 용기를 갖겠다는 선언이었다. 문득, 외로움 안에 꽃이 자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홀로 핀 꽃이 정말로 홀로 핀 꽃인가? 그 속에 무수히 얽힌 꽃의 뿌리를 먼저 볼 수는 없을까? 드넓게 펼쳐진 한 덩이의 흙 속에서 모든 꽃이 뿌리를 내려 다정하게 자라나는 것처럼.


외로움은 용기 있는 자의 것일지도 모른다. 외로워야 고요함을 들여다볼 줄 아는 힘이 생기는 것이고, 그 고요함에서 깊이 있는 사랑을 느끼는 법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손에 잡히지 않아도 존재하는 존재를 알게 되는 법이다.


하지만 외로움은 결국 함께 하기 위한 길 위의 것이다. 찬바람이 불어야 따뜻함을 더 잘 느끼게 되고, 저녁이 되고 보면 아침 햇살의 밝음을 더 찬란히 느끼게 되는 것처럼. 결국은 함께 연결되어 있음을 알기 위해 외로운 법이다.


만약 사랑이 있다면 그런 모양일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랑은 신의 본체를 닮았을 것 같았다. 외로움 속에 고요한 신의 소리 깃든다. 외로워 본 존재만이 그 소리 귀히 듣는다. 그래서 이제 나는 전처럼 외로움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곳에 신, 내가 나아갈 길이
무수한 별처럼 쏟아지고 있으므로.





문득 외로웠던 어느 날의 글



문득 외로울지 몰라도, 그건 신의 길이었음을.
우리 외로움을 사랑하는 길 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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