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약 당'신'이라면

내가 찾은 신 07.

by 프리여니v


#너무도 미웠던 이름, 가족

나에게 가족이라는 이름이 가장 힘들게 다가오던 때가 있었다. 그 이름에서 간절히 도망치고 싶으면서도, 그 이름을 나의 또 다른 이름으로 대체하고 싶은 아이러닉 하던 때가. 엄마의 집착 어린 전화. 어쩌다 전화 한 통을 받지 않으면, 스무 통은 기본으로 걸어놓던 엄마의 전화가 진절머리 나다가도,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면 금세 엄마의 감정을 이해해 버려서 연민이 생기는 그런 딸의 딜레마.


내가 옆에서 봐도 쉽지 않았던 엄마의 삶. 엄마를 가장 애정하는 가운데, 여전히 아이같이 징징거리던 엄마의 행동이 늘 미웠다. 그리고 그런 엄마를 괴롭히는 오빠도, 아빠도, 아저씨도 전부 미웠다. 나아지지 않는 생활과 서로를 헐뜯는 긴장 속에서 늘 가족이 함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족이라는 이름을 다시 갖고 싶었다. 서로를 힘들게 하지 않는 관계, 누구보다 끈끈하게 지지해 주는 관계, 편한 속내를 털털하게 털어놓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관계, 사랑으로 채워진 관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다 지나고 와서일까. 오랫동안 떨어져서 살다 보니, 문득 그런 날도 있었다. '만약 가족을 새로이 보게 된다면' 나에게 상처였던, 그래서 늘 벗어나길 소망하던 그 관계에서 새로운 관점을 찾아낼 순 없을까. 그들이 왜 내 옆에 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 품어볼 순 없을까. 신을 찾는 과정에는 언제나 내 삶이 먼저 들어있었다. 내 삶을 돌아보지 않고는 신을 찾을 수 없는 것 같았다.


도대체 왜? 나에게 왜? 가족이라는 이름이 그렇게도 아파야만 했을까. 왜 우리는 얽히고설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를 끊임없이 주고받아야 했을까? 오랜 밤, 나는 내 인생 표 하나를 주욱 그려놓고 글로 적었다. '이때에는 이런 일이, 이때에는 이런 일이 일어났지.' 또 오랫동안, 마음에 맺힌 사건 하나하나를 글로 풀었다. 글로 쓴 세상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 그때 아빠의 마음은, 혹은 엄마의 마음은 이랬을 수도 있겠구나.' 새로운 관점이 생겼고, 그들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다. 그래서 문득 그들을 품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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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약 당'신'이라면

나는 오랫동안 신을 숙고해 왔다. 처음엔 신을 바깥의 어떤 절대자로 인식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신을 알아볼수록 신은 외적인 어떤 존재가 아니었다. 우리 내면에 가장 진실하고 뜨겁게 흐르는 그 무엇, 그 어떤 생명력이자 흐름,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 사랑이라면 신이라 부를 수 있는 거였다. 그렇기에 신은 언제나 날 떠난 적 없으며, 나 또한 신의 곁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오롯이 나의 폐쇄적인 인식만이 신을 멀린 떨어진 절대자로 인식해 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신은, 당'신'도 될 수 있지는 않을까.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에 없을 리는 만무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나 사랑으로 함께 해온 신이라면, 그 사랑이란, 단지 하나의 모습에 지나지 않는 걸까? 사랑은 아마도, 여름도 겨울도, 행복도 불행도 전부 사랑은 아닐까. 그럼 나의 가족 또한 나의 사랑, 즉 나의 신이 될 수는 없는 걸까.


돌이켜 보면 나는 가족이라는 상처를 통해 많은 걸 깨우쳤다. '사람은 어떨 때 약해지는가' 혹은 '사람은 어떨 때 무너지는가', '무너질 때 사람은 어떤 감정을 품는가', '사람마다 풀어내는 방법은 어떻게 다른가'... 사람에 대한 연민, 이해, 통찰과 그러함에도 끝까지 서로를 붙들어 매는 용기, 함께 고통을 품고 성장해 가는 과정 등을 가족과 함께 하면서 배울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안에서 신을 볼 수는 없었을까?



#그래서 당신은 사랑

이제 나는 가족을 상처로 보지 않는다. 가족은 나를 키워낸 존재들. 나는 그들로부터 배웠고, 무엇보다 그 시간조차 '사랑'이란 이름으로 다시 쓰일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설령 나의 삶에 곧바로 무너질 듯 거대한 폭풍이 휘몰아쳐올지라도, 그것 또한 사랑의 한 작용이었음을 이해한 이 과정을 어떻게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신은 언제나 멀리 있지 않았기에.

당'신' 또한 '신'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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