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나만의 속도를 찾다
우리는 어릴 적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들으며, 느려도 꾸준히 가는 것이 결국엔 승리하는 길이라고 배웠다. 토끼처럼 빠른 사람보다 거북이처럼 성실한 사람이 결국에는 이긴다는 교훈. 하지만 현실은 동화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느리지만 꾸준히 가는 것이 반드시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물론, 시간이 흘러 언젠가 성실함이 인정받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는 성실함을 기본 덕목으로 여긴다. 그리고 기본만으로는 버텨내기 힘든 곳이기도 하다. 능력 없이 성실함만으로 살아가기엔 세상은 냉정하다.
더 안타까운 건, 능력과 성실함을 모두 갖춘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그런 이들 앞에서 단순히 “나는 느리지만 성실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다. 결국 느린 건 그냥 느린 것이다. 그 속에서 길을 찾으려면 단순한 성실함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한때 나의 온라인 별칭은 ‘굼벵이’였다. 왜인지 모르지만 나는 나를 그렇게 부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별칭을 보고는 한 친구는 말했다. 왠지 너랑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그래, 누구라도 눈치 못 챌까. 거북이 같이 느린 나를.
사실 어릴 때는 내가 얼마나 느림보인지 알 길이 없었다. 학교에서 주어진 과제만으로는 나의 수행 속도를 인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기에. 기한이 뻔히 보이는 것을 그 기한 내에 해내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속도가 느려도 간섭받지 않고 차근차근해내면 되었고, 게다가 그마저도 해내지 못한 학생들을 위하여 선생님들은 기한을 더 봐주는 일이 잦았으니까. 그래서 느림보라고 딱히 더 부담 겪을 만한 일은 없었다. 또 오랜 기간 고민함으로써 깊이를 더한 결과물들을 좋아하지 않는 선생님은 없어서, 나는 오히려 자주 과제물로 칭찬받곤 했다.
그러나 나의 느림보 적 성격을 어렴풋이 엿볼 수 있는 때가 있었는데, 글짓기 대회를 나가서였다. 나는 종종 선생님들의 추천으로 글짓기 대회에 나가곤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며칠을 고민해야 글이 익는 나에게, 두 시간 남짓의 글쓰기 대회는 늘 벅찼다. 한 번도 제대로 마무리 지은 글을 제출한 적이 없던 나는, 선생님들의 추천이 무색하게, 간간이 장려상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내 소질에 대하여 스스로 한계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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