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나만의 속도를 찾다
미웠더랬다. 사람과 상황 그리고 한때는 반짝였던 모든 걸 어리석게 떠나보낸 나 자신의 선택이. 어째서 삶은 나를 가엾이 여기지 않아 이렇게도 모질게 나를 내모는 것인지, 내 작은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미워하고 또 미워했다. 그건 너무도 당연할 마음이라서.
퇴사를 하던 날에는 회사 사람들이 미웠다. 그동안 잘 지내놓고, 정작 퇴사하던 날에는 내 선택을 응원해주지 않아서. 한두 번의 연애에서는 그 남자들이 미웠다. 반절은 나를 좋아하는 듯 보였으나, 반절은 나를 위한 행동을 제대로 해 보이지 않았으므로. 고등학생일 때는 오빠가 미웠고, 그보다 더 어릴 때는 아빠가 미웠다. 오빠는 매일 컴퓨터 게임에 빠져 살아 오빠라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아빠는 밤마다 술에 취해 가족들을 힘들게 했으므로.
사람들은 내 마음을 몰라줬고, 내가 바라는 대로 행동하지 않았다. 인생은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았고, 상황은 자주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래서 나는 그 모든 것들이 미웠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는 나 자신이 미운 건지도 몰랐다. 지혜롭게 행동하지 못하고, 야물게 대응하지 못해서, 그리고 너무도 못나고 부족한 것 투성이인 나라서.
삶은 이렇게도 못난 나에게 무엇을 바라서, 바라는바 무엇 하나 제대로 주질 않는지, 삶의 그 의도를 파악할 수가 없어서 미웠다. 그냥 잘해주기만 하면 될 걸, 수월한 흐름뿐이면 오죽이나 알아서 잘 살다 갈까. 그러면 될 걸, 그래 주면 될 걸, 삶은 왜 일을 만들어서 내 마음을 이토록 어지러이 만드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한때는 원 없는 미움이라서 그랬을까. “죽지 않을 것이면 살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을 것이면 붙잡지도 않았다. 침묵할 것이 아니면 말하지도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면, 미워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지도 않았다”라던 류시화 시인의 시《옹이》처럼, 미워하였기에, 상처받았기에, 이 마음을 마주해야만 했던 걸까.
큰 미움이 된, 그래서 깊어진 상처를 바라봐야 한다는 건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랬기에 나는 더욱이 마주해야만 했던 건지도 모른다. 결국 아픈 건 언제나 오롯이 내 몫이었으므로, 괴로운 건 언제나 내 마음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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