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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시작해도 늦은 건 없다

3부. 결국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by 프리여니v


언제나 봄이 좋았다. 겨우내 가시지 않은 한기와 개울가 사이로 빼곡 얼굴을 내민 작은 새싹을 동시에 품은 봄의 그 독특한 내음을 맡을 수 있어서 좋았다. 추위를 뚫고 제일 먼저 피어난 매화꽃을 보는 일이 좋았고,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아지랑이 사이로 비추어 오르는 햇살을 보는 일이 좋았다. 또 오종종하게 모인 자그마한 봄까치꽃을 보는 일이 좋았다. 그리고 문득문득 이유를 막론하고 봄을 맞은 그 모든 순간이 좋았다.


다음 해도 역시 봄이 왔다. 그리고 새로운 봄이 되어 차오른 그 아련한 마음을 대면하는 일이 좋았다. 나는 매년 돌아오는 봄과 매년 새싹처럼 내리는 여린 봄비를 좋아했다. 언제든 시작하기만 하면 늦은 건 없었다. 그건 작년에도 봄이었고,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었다.





수영을 배우기까지 나는 참 여러 번 물가를 서성였다. 나는 스물여섯쯤 처음으로 수영에 도전했다. 그때 동생과 함께 수영을 배우겠다며 야심 차게 3개월 치 강습을 등록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일이 터져 야근이 일상이 되었고, 강습에 가는 날보다 빠지는 날이 많아졌다. 결국 수영은 뒷전이 되었고, 남은 건 동생에게 물어가며 간간이 연습했던 서툰 호흡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몇 년 뒤 두 번째 도전이 찾아왔다. 직장동료들 사이에서 운동 열풍이 불었고, 자연스럽게 나도 그 흐름을 타고 수영장에 등록했다. 하지만 이번엔 거리가 문제였다. 수영장이 집에서 너무 멀어 동료의 차를 얻어 타야 했고, 매번 얻어 타는 일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불편한 마음이 커지는 상황에 몇 번 빠지다 보니 금세 흐름이 끊겼고, 그렇게 또 수영과 멀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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