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너무 좋은 탓이었을까. 왜인지 내 마음은 더없이 가라앉기만 했다. 한때 나는 가진 것이 많았다. 안정적인 직장과 날 사랑해 주는 연인과 나의 편인 가족과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까지… 하지만 늘 무언가 빠져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그 많은 걸 잃은 때도 있었다. 나는 직장이 없었고, 돈이 없었고, 능력이 없었고, 가족의 신임과 그동안 알던 사람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잃었다. 내가 행해 온 선택을 돌아보며 거친 원망이 일었다. 난 뭘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았더라? 남들은 앞서 나가는 것 같은데 나는 외려 뒷걸음치고 있는 것같이 느껴졌고, 한참을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이룬 게 아무것도 없었다. 갈수록 더 조급해지고 더 불안하기만 했다. 조급함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나를 갉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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