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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3부. 결국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by 프리여니v


옛날에 할머니 댁에는 작은 축사가 하나 있었다.

소 한두 마리가 겨우 들어갈 만큼의 작은 공간.

그곳엔 언제나 소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종종 소를 끌고 나가 밭을 갈았고,

소는 대부분 그곳에서 살았다.

소는 꼬리로 애정을 표했고, 말간 눈으로 나를 봤다.

한참 동안 여물을 씹고 있는 소를 보는 일은 신기해서

어린 나는 ‘저렇게 많이 씹으면 도대체

얼마나 먹는 걸까?’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그 축사에는 때로는 두 마리의 소가 있었고,

때로는 송아지가 함께였으며,

그리고 오랜 시간 비어있었다.


매일 같이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던 한여름,

한동안 산이 좋아 동네와 가까운 산을 오르내렸다.

찌는 듯한 더위도

산속에 들어서면 시원해서 다닐만했다.

아침에 올랐던 길은 돌아올 땐 땡볕 속에 타올랐고,

오후에 나섰던 길 위엔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았다.


그 길목에는 종종 담장을 타고 자란

나팔꽃이 피어 있었다.

분홍색, 보라색, 청색의 나팔꽃들….

이른 아침의 꽃은 봉오리를 꽁꽁 여민 채였고,

저녁 어스름의 꽃은 힘없이 늘어져

꽃봉오리를 닫는 중이었다.

활짝 핀 나팔꽃을 보는 일은

언제나 한낮의 특권인 듯 보였다.


나는 그 꽃들을 보며 생각했다.

‘꽃이 피는 순간은 딱 정해져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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