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09
나는 새도 쉬어 갔다던 문경새재
경북 문경새재는 조선시대 부산에서 대구, 충주, 용인을 거쳐 서울로 갈 때 가장 빠른 영남대로의 중요한 고갯길이었다. 문경새재의 첫 관문인 주흘관을 지나면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뚜벅뚜벅 걷고 걷는다. 몇 명이 지나갔는지, 몇 번을 밟았는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의 발자국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새 뾰족한 돌은 무뎌지고, 울퉁불퉁했던 흙길은 평평하게 다듬어진다. 그렇게 형태는 딱히 없지만 수백수천년에 걸쳐 사람들이 남긴 발자국들이 모여 길이 된다. 우리가 지금 걷는 길은 선조의 발자국이 쌓이고 쌓여 된 것이다. 그만큼 길은 지나간 많은 사람의 희로애락을 품고 있다. 하지만 길은 말이 없다. 다 알고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듯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러자 사람들이 길에 쌓인 희로애락을 이야기로 하나둘 풀어낸다. 이런 얘깃거리를 가장 많이 품고 있는 길 중 하나가 문경새재다.
경북 문경새재는 조선시대 부산에서 대구, 충주, 용인을 거쳐 서울로 갈 때 가장 빠른 영남대로의 중요한 고갯길이었다. 세 개의 관문이 있는 문경새재의 첫 관문인 주흘관을 지나면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경북 주흘산과 조령산 사이에 자리 잡은 문경새재는 조선시대 부산에서 대구, 충주, 용인을 거쳐 서울로 갈 때 가장 빠른 영남대로의 중요한 고갯길이었다. 영남대로 외에도 영천과 안동을 지나 죽령 넘어 서울로 가는 영남좌로와 김천을 지나 추풍령을 넘는 영남우로가 있었다. 하지만 이 지역을 지나는 사람들, 특히 과거를 보기 위해 서울로 가던 양반들이 지나는 길은 오직 문경새재였다. 죽령은 ‘죽’ 미끄러진다는 이유로, 추풍령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반면 문경새재의 문경은 ‘들을 문(聞)’에 ‘경사 경(慶)’으로 경사스러운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의미여서 수험생 입장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듯싶다. 호남지역에서조차 과거를 보러갈 때 일부러 길을 돌아 문경새재를 넘었다고 한다.
문경새재길은 과거길·금의환향길·낙방길 등으로 이름 붙여졌다. 이름에 ‘새’가 붙은 이유로는 이 지역을 ‘풀(억새)이 우거진 고개’인 초점(草岾)이라고 불러서 붙여졌다는 얘기와 나는 새도 넘기 힘든 고개, 하늘재와 이우리재 사이에 있다는 재, 새(新)로 만든 고개 등 여러가지 설이 전해진다.
문경새재에 있는 지름틀바우. 기름을 짜는 도구인 기름틀을 닮았다 하여 경상도 사투리로 이름 붙여진 바위.
문경새재에는 세 개의 관문이 있다. 첫 관문인 주흘관을 지나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포장이 안 된 흙길이다. 걷기 좋게 평평하다. 길은 널찍하지만 공무용 차량 외엔 드나들 수 없다. 사실 문경새재 안의 나무, 바위, 정자 등 대부분이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아 서 있던 것들이다. 이를 쳐다보는 자신만 빼고 말이다.
문경새재 주흘관을 지나면 만나는 성황당으로 여행객이 걸어가고 있다. 산이 많은 문경에서 주흘산은 진산으로 영험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주흘관에 들어서면 오른편으로 성황당이 보인다. 산이 많은 문경에서 주흘산은 진산으로 영험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조선시대 정치가 최명길이 젊은 시절 문경새재를 넘던 중 한 여인이 나타나 “나라에 큰 전쟁이 벌어지면 청나라와 손을 잡으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 이후 병자호란이 일어났고, 최명길은 여인의 말대로 청과의 화친을 주장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성황당 안을 보면 이 여인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볼 수 있다.
산책길과 같은 문경새재길을 따라 걸어가면 만나는 정자 교귀정. 파란 하늘, 녹음과 우거진 오랜 정자는 한 폭의 수채화가 따로 없다.
문경새재길 옆을 흐르는 계곡에서 만나는 꾸구리 바위. 송아지를 잡아먹을 정도로 큰 물고기 꾸구리가 살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
산책길과 같은 문경새재길을 따라 걸어가면 정자 교귀정이 나타난다. 파란 하늘, 녹음과 우거진 오랜 정자는 한 폭의 수채화가 따로 없다. 교귀정은 새 경상감사와 전임 감사가 업무를 인수인계하던 곳이다. 교귀정 앞에 있는 나뭇가지 위에 앉은 새 한 마리도 찾아보자. 새재길 옆으로 흐르는 계곡은 운치를 더한다. 송아지를 잡아먹을 정도로 큰 물고기 꾸구리가 살았다는 바위와 용추계곡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경북 문경새재의 2관문인 조곡관. 조곡관에서 3관문인 조령관 사이는 녹음이 한층 더 짙어지고 옛 산길을 거닐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주흘관에서 2관문인 조곡관까지 3㎞가 조금 넘는다. 왕복으로 2시간가량 걸린다. 여기서 발걸음을 돌리는 여행객이 많다.
경북 문경새재의 마지막 관문인 조령관을 넘으면 충청북도다. 여기서 주흘관으로 돌아올 땐 신발을 벗고 맨발로 땅을 밟으며 흙의 기운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문경새재의 숨은 매력은 2관문에서 3관문인 조령관 사이에 있다. 조곡관을 지나면 녹음이 한층 더 짙어진다. 산책길 옆으로 옛 산길을 거닐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산길로 빠져도 산책길을 다시 만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바위 위에 돌을 쌓은 남성이 장원급제를 했다는 얘기가 전해내려오는 책바위와 낙동강 발원지를 들르는 것도 잊지 말자.
낙동강 발원지 중 한 곳인 문경새재. 낙동강의 발원지는 문경새재와 태백산, 소백산으로 전해지고 있다.
바위 위에 돌을 쌓은 남성이 장원급제를 했다는 얘기가 전해내려오는 책바위.
조곡관에서 조령관까지 거리도 3㎞가 넘는다. 조령관을 지나면 충북이다. 주흘관으로 돌아올 땐 신발을 벗고 맨발로 땅의 기운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문경새재의 밤 풍경을 느끼고 싶다면 매달 한 번씩 열리는 달빛사랑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해설사들과 함께 짚신투호, 별보기 체험, 엽서쓰기 등 12가지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문경=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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