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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시원하다, 입이 즐겁다

by frei

2016-07-28


시인 정지용이 글로 표현 못한 통영과 한산도의 아름다움

멋진 바다 풍경과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독특한 주전부리들.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여행 코스다. 우리나라에서 이 질문의 답으로 나올 만한 곳 중 하나가 경남 통영이다. ‘동양의 나폴리’로 알려진 통영. 하지만 이 말은 이제 진부하다. 통영은 그 자체로 빼어나다. 어디서든 사진기를 들면 병풍처럼 바다를 둘러싼 섬들이 담긴 한 편의 엽서사진을 담을 수 있다. 바다 풍경에만 푹 빠져도 좋지만 통영의 먹거리는 여행의 즐거움을 풍성하게 한다. 다른 지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꿀빵, 빼떼기죽 등 간식거리부터 한 상 가득 해산물이 나오는 ‘다찌집’까지 입이 쉴 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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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 미륵산 정상에서 바라본 통영항 풍경. 통영 앞바다의 푸름과 여러 섬들로 이뤄진 초록 물결이 한 폭의 수채화 같다.

◆글로 묘사할 수 없는 통영의 풍경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 (중략) 우리가 미륵도 미륵산 상봉에 올라 한려수도 일대를 부감할 때 특별히 통영포구와 한산도 일폭의 천연미는 다시 있을 수 없는 것이라 단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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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시인이 통영의 풍경을 보고 쓴 글이다. 어떤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짧은 이 한 줄이 통영의 아름다움에 대한 적확한 설명일 듯싶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인간이 만들어 낸 언어로 담아낸다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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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표현할 수조차 없는 통영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기 위해선 미륵산으로 가야 한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 방법과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등산로는 용화사 광장에서 관음사와 도솔암을 거쳐 정상에 오른 뒤 용화사로 내려오는 코스로 2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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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부모가 함께한다면 케이블카를 타자. 흔들리는 케이블카를 타면 1분도 안 돼 탄성이 나온다. 미륵산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풍경에 마음이 설렌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10분 정도면 미륵산 상부 정류장에 도착한다. 정류장에서 잠시 풍경을 감상한 뒤 나무데크로 이어진 미륵산 정상에 오르면 된다. 당포해전 전망대 방향과 신선대 전망대 방향 두 코스로 나뉘는데, 한쪽으로 올라갔다 내려올 땐 반대쪽으로 내려오면 된다. 어느 방향이든 15분 정도면 정상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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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산 정상에서 여행객들이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상부 정류장에 내린 뒤 15분 정도 나무데크를 오르면 미륵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 오르면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인 풍광이 펼쳐진다. 통영 앞바다의 푸름과 여러 섬들로 이뤄진 초록 물결이 한 폭의 수채화다. 정상에서 내려가기가 아쉽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게 하는 곳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올 때 다시 한 번 바다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데, 이때 사진을 찍어도 좋다. 케이블카 중간에 바람이 통하도록 뚫린 창이 있는데 이곳을 통해 촬영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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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앞바다의 섬을 좀 더 가까이서 보려면 통영수산과학관이 제격이다. 연대도, 비진도, 매물도, 학림도 등이 이루는 풍경이 바로 앞에 펼쳐져 있다. 과학관 주차장 전망대 게시판에 여행객이 보고 있는 섬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섬 사진과 이름을 써놨다. 자녀와 섬을 하나하나 맞혀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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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석양을 담으려면 달아공원으로 가야 한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일몰 장소다. ‘달아’라는 이름은 이곳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는데 ‘달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지역민들은 ‘달애’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로 달아공원 정자에서 일몰을 보는데, 나무에 시야가 가려 주차장에서 보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멀리 있는 섬 위에서부터 붉어지기 시작한 태양은 섬 근처에 이르면 빨간빛을 발한다. 해가 진 후 분홍과 보랏빛이 뒤섞인 하늘은 여행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입이 쉴 틈이 없다… 독특한 통영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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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팥죽인가 싶다. 갈색인지 붉은색인지 첫 인상은 썩 좋지 않다. 고구마로 만든 빼떼기죽이다. 생고구마나 삶은 고구마를 얇게 썰어 볕에 말리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비틀어지는데 경상도에서는 이를 ‘빼떼기’라고 불렀다. 빼떼기를 간 뒤 식감을 좋게 하기 위해 강낭콩과 조, 팥 등을 섞어 죽으로 만들었다. 고구마가 주재료니 일단 달다. 아이들도 처음엔 색깔 때문에 먹기를 주저하지만, 한 번 맛보면 단맛에 푹 빠진다. 배고픈 시절 여러 명이 먹으려고 죽으로 만든 음식이 지금은 명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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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서 단맛의 극치는 꿀빵이다. 이름부터 단내가 풀풀 풍긴다. 팥을 넣은 동그란 빵을 물엿에 굴린 뒤 위에 각종 곡물을 입힌다. 한 입 깨무는 순간 단맛이 입안에 확 퍼진다. 1960년대부터 여러 분식점에서 꿀빵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가게가 항남동 오미사꿀빵이다. 라면, 떡볶이 등을 파는 분식집이었는데 꿀빵이 입소문을 탔다. 딱히 가게 이름도 없었는데, 옆에 있던 세탁소 이름을 빌려 오미사꿀빵으로 간판을 달았다. 하루에 정해진 양만 팔다 보니 대부분 오전에 다 팔린다.



요깃거리로는 충무김밥을 빼놓을 수 없다. 통영은 충무시와 통영군이 합쳐진 곳인데, 합쳐지기 전 충무 뱃사람들이 먹던 음식이다. 김밥에 채소를 같이 넣으면 음식이 쉬어 밥만 김에 말고, 김치와 채소, 오징어 등을 따로 담은 데서 유래했다. 어딜 가나 충무김밥의 김밥 수는 8개다. 공깃밥 하나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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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구이 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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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다찌집의 한상차림.

통영까지 왔는데, 생선을 먹지 않으면 아쉽다. 자녀와 함께라면 생선구이가 좋다. 노릇노릇 익은 참돔, 우럭 등이 한 상 차려져 나온다. 여기에 멸치쌈밥을 추가하면 밥 도둑이 따로 없다. 술 한 잔이 생각나면 ‘다찌집’을 찾아가자. 음식점에서는 보통 식사나 안주를 시키고, 술을 따로 시킨다. 하지만 ‘다찌집’은 술을 시키면 알아서 안주가 따라 나온다. 회, 생선조림, 생선구이, 꼼장어 등등 이름이 무엇인지 잘 알기 힘든 생선들로 한 상 가득이다. 음식을 입에 넣기 바빠 이름을 물어볼 정신이 있을지 모르겠다.



통영=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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