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사람들 55화
F/W 시즌이 끝나갈 무렵,
그 사람은 겨울 내내 입고 다니던 스웨터를 만지작거리며 같은 걸 한 벌 더 샀다고 했다.
"지금 세일하거든요."
"잘하셨네요. 그 스웨터 잘 어울려요."
나는 같은 물건을 다시 사는 마음이 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늘 쓰는 펜, 늘 찾는 장소, 늘 먹는 음식...
그런 것들은 살면서 셀 수 없이 많으니까.
"그런 게 아니라 한 벌 더 사서 반품하려는 거예요."
"네?"
그 사람은 만연한 미소를 띤 채 으스대며 말했다.
"내가 특별한 쇼핑 노하우 하나 알려줄까요?"
그 노하우는 F/W 신상이 출시되었을 시점에 이미 시작되는 것이었다.
1. 정가를 주고 신상 스웨터를 산다.
2. 한 달 남짓 잘 입고 다닌다.
3. 세일할 때 똑같은 옷을 한 벌 더 산다.
4. 반품할 땐 입고 다니던 헌 옷과 1의 영수증과 내고 정가금액을 환불받는다.
그 사람은 정가 - 세일가 = 개이득이라는 썰을 풀며 매우 흡족해했다.
"그게 가능해요?"
"그 브랜드 정책이 그렇거든요. 꿀팁이죠?"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 절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아, 그럴 수가 있구나~"
그 사람은 내 리액션을 멋대로 긍정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이제껏 감춰왔던 꿀팁을 대방출하기 시작했다.
회원제 마트 회원권을 364일 사용하고 1년 회원권을 전액 환불받는 방법...
여러 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회원가입 사은품을 여러 개 받는 방법...
OTT플랫폼에 가입하지 않고 영화 보는 법...
배달음식 다 먹고 환불받는 법...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도대체 뭘 들은 거지...
자기만의 노하우가 어찌나 격하게 자랑스러운지
그 사람은 선심 쓰듯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꼭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덕에 꿀팁을 알았지?
이런 게 현명한 소비라고~
블랙 컨슈머.
빈틈없이 멀쩡해 보이던 그 사람의 정체는
블랙 컨슈머였다.
맙소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나 회자될만한 블랙 컨슈머가 바로 내 옆에 있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