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사람들 38화
A는 며칠 전 발매한 아이돌 앨범을 염불 하듯 읊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전생에 무슨 일을 했기에 덕후 자식을 낳았을까?
"덕질하는 아이돌 신곡 나왔다고 밤새 스트리밍이야."
A는 연신 귀를 비벼대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잘 때도?"
"무한 반복 재생 걸어 넣고 자는 거야. 자는 거 확인하고 살짝 끄려고 들면 기똥차게 알아챈다니까. 자기 안 잔다고 끄지 말라고 온갖 짜증이란 짜증은 다 부려. 아무래도 사춘기 인간과는 한 집에 사는 게 아닌가 봐."
"우리 엄마랑 똑같네"
"설마... 어머니도 사춘기야?"
그럴 리가...
B의 어머니는 아들 뻘인 트로트 영웅의 왕팬이었다.
어머니의 집에서는 365일 동안 일초도 쉬지 않고 영웅의 트로트가 스트리밍 중이었다.
"우와~"
"그래서 음원 차트가 실시간 순위를 조정할 수밖에 없는 거야. 안 그러면 1년 365일 트로트가 다 점령할걸."
"대단하네~"
"그뿐인 줄 알아?"
부부는 닮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머니의 노래 취향은 은퇴한 아버지에게 순식간에 스며들었고 부모님은 트로트 영웅의 전국 투어에 나섰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바야흐로 트로트 전성시대였다.
B는 전생에 무슨 일을 했기에 덕후 부모님을 둔 것일까?
"그 콘서트 애매 하늘의 별따기라던데."
"애매하다가 눈 빠질 지경이야."
"전국투어마다 다니려면 티켓 값이 만만치 않겠다."
"티켓값 정도는 우습지. 굿즈에, 앨범에, 덕질의 세계에 한계는 없는 거니까."
A와 B는 덕후 가족을 둔 서로에게 연민을 느꼈다.
그러나, 그들은 낙천적이거나 긍정적인 좋은 사람들이었다.
"사실 덕질은 좋은 점이 훨씬 많아."
"그래. 우리 덕후 자식도 아이돌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대. 뿌듯하다나.
팬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대."
"우리 엄마도 영웅이만 보면 걱정이 사라진대."
"그럼 됐지 뭐."
"덕질로 기분도 좋아지고. 경제도 살리고. 여러모로."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경제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며칠 째 주식이..."
A와 B의 스몰 토크는 어느새 주식 이야기로 넘어갔다.
야수의 심장으로 쏘라(별별사람들 36화) 던 몇 주전과 달리 주식은 롤러코스터의 내리막에 걸터앉아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스트리밍을 멈출 수는 없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고, 걱정이 사라지고, 뿌듯한 그런 주식 그래프를 보기 전에는…
이쯤 되면 A와 B는 진정한 주식 덕후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