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자리 타령

별별 사람들 40화

by 매콤한 사탕

팀에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였다.

팀 구성원 중 하나가 비밀스러운 표정으로 C에게 속삭였다.


"저 사실, 어제 꿈자리가 안 좋더라고요. 이렇게 되려고 그런 꿈을 꿨나 봐요."


맙소사, 판타지웹소설이나 RPG게임에 나오는 예언자님이 우리 팀에 강림하셨군.

C는 정신없는 와중에 편두통이 도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사람은 C의 심각한 표정을 긍정으로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연신 끄덕이더니

이 사람 저 사람을 붙잡고 다니며 그 말을 반복했다.


"글쎄 꿈자리가 사납더니 이런 일이!"


팀원들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걔 중에는 수긍하는 사람도 있었다.


온종일 끙끙 앓던 일은 다행히 퇴근할 즈음에 해결되었다.

팀원들 사이에 안도의 한숨이 오고 가던 때 C가 예언자에게 말했다.


"OO님 꿈자리가 사납다더니 잘 해결됐네요. 꿈이 다 맞는 건 아닌가 봐요?"


C는 꿈자리 같은 미신으로 괜히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예언자를 살짝 꼬집고 싶었던 것이다.


"경고의 꿈이었나 봐요. 잘 해결됐으니 길몽이네요."


예언자는 자신의 악몽을 스리슬쩍 길몽으로 바꿔치기했다.

예언자에게 수긍하던 팀원이 반색하며 흥분했다.


"길몽이면 가는 길에 로또 사야죠. OO님 로또 되겠다. 좋겠다."

"아니죠. 오늘 일에 운을 다 쓴 거니 소용없을 거예요. 길몽인 줄 알았으면 말 안 하는 건데. 아무튼 일이 잘 해결돼서 다행이네요."


예언자는 자기 꿈덕에 일이 해결된 것처럼 너스레를 떨었다.

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꿈보다 해몽이라더니!

C는 예언자의 정신승리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자칭 신통방통한 꿈을 꾼다는 그 사람은 5년째 C와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예언자 일이 적성에 안 맞는지 로또 당첨은 아직이다.



"요즘도 잊을만하면 그놈의 꿈타령이라니까."

"그게 그렇게까지 화나?"


내 물음에 C가 되물었다.


"네가 나라면 안 그러겠어?"

"그러겠지."


C는 어머니의 잘못된 믿음 때문에 이래저래 곤란한 일들을 겪고 있었다. C의 어머니는 용하다는 사주쟁이를 방방곡곡 쫓아다니는 범상치 않은 취미가 있었다. < 불행을 만드는 취미 별별사람들 11화의 주인공 >


"답답해. 21세기에 미신이나 믿고."

"오죽하면 그럴까. 안 됐다 생각해 봐."

"싫다. 그 사람 꿈자리에 따라 우리 팀 생사가 좌지우지된다는 걸 어떻게 인정하라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 그냥 신경 끄는 편이..."

"그럴 수는 없지. 예언자가 혼자 간직할만한 꿈을 꾸길 내가 빌어주려고."

"뭐?"

"그래야. 로또 돼서 나갈 거 아냐?"


종교가 없는 C가 기도하듯 두 손을 경건히 모으며 중얼거렸다.

"혹시나 신이 있으시다면 OO님 길몽 꾸게 해 주세요. 로또 당첨돼서 퇴사하게 해 주세요~ 다신 안 보게. 제발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C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그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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