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

별별 사람들 44화

by 매콤한 사탕

태어날 때부터 봐 온 소녀가 핑크빛 화려한 꽃다발을 받아 들고 눈물을 글썽였다.


"벌써 졸업이라니 너무 아쉬워요"


소녀는 추운 날씨에 손가락 마디마디가 꽁꽁 얼어 아파올 때까지

학교에 남아 공들여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사진을 찍었다.


이윽고 소녀는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차에 올라탔다.

학교에서 빠져나와 큰길로 들어섰을 때

소녀가 창밖을 향해 작게 중얼거렸다.


"만나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나는 깜짝 놀라 소녀를 돌아보았다. 방금 전까지 아쉬워하며 눈물 흘리던 사람이 맞나?


"학교가 힘들었던 거야?"

"아뇨. 좋았어요. 친구들, 선생님들하고 잘 지냈고 저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해?"

"끝났다 생각하니 후련해서요. 시원섭섭하다는 말 있잖아요. 그런 건 같아요."


소녀는 차창밖으로 빠르게 스치는 정경에 빠져들었다.

눈앞에 사물을 지우고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듯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나도 말을 더 보태지 않았다.

시원섭섭함.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아는 감정이다.

행복했지만 행복하지만 않은 순간들.

익숙했던 것들과의 이별.

언젠간 그 이별도 아무렇지 않게 익숙한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여전히 차창밖을 바라보며 소녀가 말했다.


"새로운 곳에서는 새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침묵을 깬 소녀의 말에 설렘이 묻어났다.

나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소녀에게 혹은 나에게


다음번에는 좀 더 나다운 나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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