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늘 싸게 팔리는가

실적은 세계 수준, 신뢰는 할인 매대 위에

by 머스

2025년 현재, 한국의 기업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싸게 거래된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04배. 미국은 3.64배, 일본은 1.50배, 신흥국 평균도 1.58배에 이른다. PER(주가수익비율)도 10년 평균 14.16배에 불과하며, 미국의 21.78배에는 한참 못 미친다. 누군가는 이 숫자를 보며 말한다. “한국은 저평가 우량주의 천국이다.” 그러나 시장은 결코 선물처럼 주식을 내놓지 않는다. 이 저평가는 우연이 아니라 구조이며, 싸게 팔리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할인’된 결과다. 그것이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의 진짜 뜻이다.


시장은 실적이 좋은 기업을 찾아 투자하지 않는다. 시장은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기업을 찾는다. 이익이 아무리 많아도 그 이익이 소수의 지배주주에게 집중되고, 소액주주는 그 결실에서 소외된다면, 시장은 그 기업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한국 기업에 대한 디스카운트는 바로 그 지점에서 발생한다. 대주주의 전횡,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낮은 배당성향, 형식적인 거버넌스, 정보 비대칭, 회계 불투명성. 시장은 이 모든 것에 할인율을 부과한다. 자본은 착하다. 그러나 결코 바보는 아니다.


정책 당국은 그간 무수히 많은 변화를 시도해왔다. 올해 3월에는 Nextrade(넥스트레이드)라는 민간 거래소가 등장했고, 7월에는 상법이 개정되어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에서 ‘회사 및 모든 주주’로 확대되었다. 전자주총의 의무화, 집중투표제 도입, 독립이사 비율 강화 등도 함께 발표되었다. 제도는 움직였고, 시장은 반응했다. 코스피 지수는 2025년 상반기 아시아 주요국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금융·기술·산업재 섹터가 모두 두 자릿수 반등에 성공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40%에서 30% 이하로 축소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변화의 조짐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묻자. 실제로 바뀐 것은 무엇인가. 제도의 문구는 달라졌지만, 기업의 철학은 과연 달라졌는가. 이사의 법적 의무가 확대되었으나, 여전히 대주주는 사실상 이사회를 지배하고 있고, 집중투표제는 선택사항에 그쳤으며, 배당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방어용 이벤트에 머무르고, 진정한 주주환원이라 부를 만한 정서와 구조는 자리 잡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안다. 이 모든 변화가 아직은 ‘실제’가 아니라 ‘가능성’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때때로, 이 할인에 이유가 없다고 말하곤 한다. “미국은 지정학 리스크가 없으니까”, “한국은 북한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우리도 기술력은 세계 최고인데 왜 이러지”라는 말은,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유혹이다. 그러나 많은 연구 결과가 말해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은 지정학이 아니라, 제도와 신뢰의 문제다. 회계의 투명성, 지배구조의 독립성, 정보의 대칭성,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 수준, 정책의 일관성과 시장 친화성이 그것이다. 요컨대, 시장이 우리에게 거는 의심은 ‘전쟁이 터질까 봐’가 아니라,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지 않을까 봐’이다. 디스카운트는 차별이 아니라, 평가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싸냐’가 아니라, ‘왜 싸게 거래되느냐’는 질문이다. 그 질문은 다시 묻는다. 우리는 지금까지 누구의 기업을 만들어왔는가. 그리고 앞으로는 누구의 기업을 만들 것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반대말은 ‘코리아 프리미엄’이 아니다. 그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우리는 지금 ‘정가(正價)’를 되찾는 싸움을 하고 있다. 제대로 된 가격. 정당한 가치. 투명한 거래. 그리고 주주와 기업, 국가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


한국은 그럴 자격이 있는 나라다. 기술력도 있고, 기업가 정신도 있고, 소비자도 탄탄하다. 그런데 왜 이 모든 것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가. 이유는 분명하다. 시장이 아직 한국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신뢰는 대규모 투자 유치 행사나 일시적 규제 완화로 회복되지 않는다. 그것은 법과 제도, 문화와 기업 윤리, 정책의 일관성, 리더십의 방향성, 그리고 수많은 실천의 누적 위에 서서히 쌓이는 것이다. 시장은 믿지 않는 것을 사지 않는다. 그리고 신뢰는 사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그 신뢰를 되찾기 위한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제도는 시작되었고, 시장은 응답하고 있다. 그러나 진짜 변화는 제도를 채택하는 ‘태도’의 변화로 완성된다. 법으로는 바꿀 수 없는 것들, 관행으로 굳어졌던 것들, 그 오래된 내부의 그림자를 걷어낼 때, 우리는 마침내 자본시장에서 ‘할인 없이 거래되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시장은 정직하다. 그들은 우리가 얼마나 신뢰받고 있는지를 숫자로 말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의 실적이 아니라, 구조의 설득력이다. 국가의 산업정책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신뢰 인프라다. 제도의 선언이 아니라, 실천의 내력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진짜 변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가격을 탓할 수 없다. 우리가 그 값을 만들어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