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를 배제한 지방 부양책

심장 빼고 몸 살리겠다는 처방

by 머스

최근 지방 건설경기는 수년 내 최악의 침체기에 직면해 있다. 건설기성 감소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에 달하며, 미분양 주택은 전국적으로 6만8천여 가구를 넘었고, 이 중 77%가 지방에 집중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종합 패키지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서울 1주택자가 강릉·속초·익산·경주·통영 등 특정 지방 도시에서 주택을 추가 매입하더라도 1주택자로 간주하는 특례 적용, 인구감소지역 84곳에 관심지역 9곳 추가 지정, 세금 특례 적용 대상의 공시가격 상향(4억→9억), 2020년 폐지됐던 매입형 아파트 10년 등록임대의 한시적 부활, 그리고 LH의 지방 미분양 매입 물량 확대(3천→8천 가구) 등이다. 표면적으로는 공급·수요 양면을 모두 고려한 대책처럼 보이지만, 정책 설계 과정에서 광역시를 제외한 것은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대구, 부산, 광주, 울산, 대전 등 광역시는 지방 경제의 허리이자 관문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인구 집적, 산업 클러스터, 상권과 문화시설, 교통 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거점 도시로, 해당 광역권 내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에까지 경제적 파급력을 미친다. 2025년 6월 기준, 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3,800여 가구에 달하고, 부산은 2,600여 가구로 15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광역시를 배제한 부양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방증한다. 광역시가 침체되면 그 주변 위성도시와 생활권 전체가 연쇄적으로 위축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광역시를 뺀 이유가 정치적 부담 회피이든 행정 구도상 수도권-비수도권 프레임에 맞추기 위함이든, 결과는 동일하다. 핵심 거점이 무너지면 지역 전체가 무너진다. 외지인 매입 유도는 단기적 가격·거래량 회복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2~3년 후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다시 침체로 돌아갈 위험이 크다. 지방 주택시장의 장기적 회복은 ‘현지에서 살고 싶은 이유’를 만드는 데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선 지역 고용 기반 확대, 교육·의료·문화 인프라 확충, 교통망 연결성 개선 등 복합적인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건설경기는 국가 경제의 순환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주택 착공과 분양은 건설업뿐 아니라 제조업, 서비스업, 금융업 등 연관 산업의 매출과 고용을 동시에 견인한다. 한 번 흐름이 끊기면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지역 인구 유출과 소비 위축이 가속화된다. 따라서 광역시 부활은 지방 전체의 경제 회복을 위한 선행조건이다. 단기적 부양책은 즉시 효과를 내지만, 장기적 체력 강화를 위한 구조적 개편 없이는 그 효과가 지속될 수 없다.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은 중요한 촉매제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지방의 주거 환경을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종합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주거와 생활, 산업이 맞물린 생태계를 재구축해야만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회복이 가능하다. 광역시를 배제한 현 정책은 단기적인 숫자 개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으며, 장기 침체 구조를 해소하지 못한 채 문제를 미래로 전가할 위험이 크다.


정책의 성공 여부는 타이밍과 범위, 그리고 실행력에서 결정된다. 광역시를 살리는 것은 단지 해당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 전체, 나아가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 과제다. 지금처럼 심장에 해당하는 광역시를 빼놓고 지방 건설경기를 살리겠다는 접근은 구조적 맹점을 안은 채 출발하는 셈이다. 기회를 놓치면 회복 비용은 더 커지고, 그 사이 지역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심장이 멈춘 지방경제에, 정부는 혈관 끝만 주무르고 있다.




[3줄 요약]

지방 건설경기 살린다며 대책 냈지만 광역시는 제외

광역시 죽으면 주변까지 같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

심장 빼고 몸 살리겠다는 건데, 효과 반쪽 날 수밖에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