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2% 붕괴

한국 경제가 구조개혁을 미룰 수 없는 이유

by 머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로 두 달 연속 동결했다. 표면적으로는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불안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물가와 경기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결정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 근본적인 메시지가 숨어 있다. 이창용 총재가 반복해 강조한 “구조개혁이 절실하다”는 발언은 단순한 통화정책의 언급이 아니라 한국 경제가 더 이상 단기 처방으로 버틸 수 없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경고다. 시장에서는 10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만, 총재의 목소리가 가리키는 방향은 ‘금리’가 아니라 ‘체질’이다.


올해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약 5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집행했다. 1차 추경 13조8000억 원, 2차 추경 31조8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성장률 전망치는 고작 0.2%포인트 개선에 그쳤다. 재정을 쏟아부어도 성장은 꿈쩍하지 않는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1.6%로 그대로라는 점은 특히 뼈아프다.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것은 일시적 경기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 정체다. 추경과 확장 재정은 시간을 벌 뿐, 근본적 활력을 불어넣는 데는 실패했다는 점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잠재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더욱 심각하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 수준을 뜻한다. 선진국 중에서도 미국이 여전히 2%를 넘게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2% 아래로 내려앉았다는 것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다. 인구 구조의 변화, 노동시장 경직성, 산업 재편의 지체, 과도한 규제가 얽히며 한국 경제의 체질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 경기 부양으로는 도저히 되돌리기 어려운 문제이며, 바로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웅변한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통과, 정년 연장 논의, 주 4.5일제 추진은 노동 유연성을 약화시키는 조치로, 국제적으로는 찾아보기 어려운 흐름이다. 상법 개정으로 기업의 주주 충실의무가 강화되며 경영 자율성이 제한되는 것도 문제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노동·산업·규제 전반에서 비효율을 제거해야 하지만, 오히려 규제의 무게만 더해지고 있다. 이 상태에서는 기업은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움츠리게 되고, 투자는 혁신으로 이어지기보다 관망으로 바뀐다. 결국 경제의 역동성은 빠르게 식어간다.


확장 재정은 더 이상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단기 처방일 뿐, 경제의 심장인 민간 활력을 일으키지 못한다. 추경으로 소비를 늘려도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경직된 노동시장, 투자 환경을 갉아먹는 규제, 기업 경영을 옥죄는 법적 제약이 풀리지 않는 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계속 떨어질 것이다. 세계는 기술혁신과 인적 자원 개편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정치적 고려와 단기 인기영합적 정책에 매몰되어 구조개혁을 미루고 있다.


이창용 총재의 발언은 단순한 학자적 권고가 아니다. 중앙은행 총재가 공개적으로 구조개혁을 호소한다는 것은 경제 체질 개선 없이는 금리정책조차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금리를 인하해도 투자와 고용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순히 유동성을 불려 인플레이션 위험만 키우는 악순환이 된다.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하려면 길은 분명하다.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산업 구조조정을 과감히 추진하며, 규제 개혁을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이 뿌리내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책임성을 강화하는 균형점을 찾는 것도 필수적이다. 재정은 충격 흡수 장치일 수 있지만 성장의 동력은 민간 활력에서 나와야 한다. “구조개혁 절실”이라는 총재의 호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경고다. 잠재성장률 하락이 현실로 드러난 지금, 필요한 것은 재정의 추가 투입이 아니라 규제와 노동, 산업 전반의 고강도 개혁이다. 구조개혁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는 긴 침체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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