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지방 필수의료는 여전히 공백

by 머스

2025년 9월 1일, 전공의들이 다시 병원 현장으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의대 증원 정책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수천 명의 전공의가 집단으로 떠난 뒤, 서울 주요 대학병원들은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PA)에게까지 수술과 진료를 의존하며 버텨왔다. 그러나 인력 공백이 길어지면서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되고 진료의 지속 가능성마저 흔들렸다.


이번 복귀로 서울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 지원율이 70~80%까지 회복되며 응급실과 병동 운영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다만 수도권을 벗어나면 상황은 크게 다르다. 지방 병원의 전공의 지원율은 여전히 50% 남짓에 머물고, 특히 응급의학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같은 필수의료과목은 사실상 인력이 비어 있다. 제주대병원의 경우 응급의학과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다. 지난해 곳곳에서 벌어졌던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전공의의 복귀 여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역과 필수과를 기피하는 구조적 현실이 훨씬 더 근본적이다. 정부가 강원, 경남, 전남, 제주 등에서 추진한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조차 목표 인원 96명 가운데 56명만 지원해 충원율이 58%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산부인과는 지원자가 전혀 없었고, 응급의학과는 5명, 흉부외과는 2명에 불과했다. 지역근무수당과 주거비 지원 같은 인센티브가 주어져도 지방 근무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고착화되어 있다는 뜻이다. 결국 서울과 대도시에 의료 인력이 집중되고, 지방의 응급·분만·소아 진료는 위태로운 수준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의대 정원 확대 및 필수의료 강화’ 정책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보여준다. 지난해 대규모 전공의 파업과 의대생 동맹휴학, 그리고 정치적 혼란 속에서 정책은 좌절되었지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자체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정권이 교체되었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 역시 필수의료 확충과 지역 격차 해소를 보건의료 분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결국 어느 정부든 의료 개혁의 본질은 피해 갈 수 없다.


앞으로의 논의는 단순히 정원을 늘리는 숫자 싸움이 아니라, 의료 인력 배치와 근무 환경 개선, 지역 의료 인프라 강화 같은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 환자가 응급실에서 몇 시간을 떠돌지 않아도 되고, 산모가 안심하고 분만할 수 있으며,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아도 문턱에 막히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의료계의 반발을 단순히 억누르거나 전 정부 정책이라는 이유로 외면할 게 아니라, 국민과 의료계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지속적이고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의료 개혁은 한 번의 실패로 포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전공의 복귀는 시작일 뿐, 지방과 필수의료 공백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의료 정책은 정치의 성패를 넘어 사회 전체의 안전망과 직결된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실패의 낙인을 찍는 것이 아니라, 미완의 과제를 끝까지 풀어나가려는 꾸준한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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