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가격, 하나의 신뢰

가격보다 먼저 설명해야 할 것들

by 머스

비 오는 날, 배달앱을 켜면 익숙한 풍경이 뜬다. 매장에선 2만 원 하던 치킨이, 배달로는 2만 3천 원. 소비자는 고개를 갸웃하고, 자영업자는 그마저도 남는 게 없다고 말한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느 쪽에서도 설명은 들을 수 없다. 이게 바로 오늘날 ‘이중가격제’를 둘러싼 혼란의 본질이다.




"생존의 가격, 선택 아닌 조건"

2025년 기준, 서울 시내 프랜차이즈 매장의 48.8%가 배달앱을 통해 매출을 올린다. 문제는 이 중 약 24%가 수수료로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중개 수수료(9.7%), 배달대행료, 카드 수수료, 광고비가 합쳐지면 배달 한 건당 매출의 30% 안팎이 ‘배달을 가능케 한 비용’으로 사라진다.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치킨 업종의 경우 인건비(15.2%)보다 수수료(17.5%) 비중이 더 높다. 이쯤 되면, 배달을 많이 팔수록 손익분기점에 가까워지는 역설이 생긴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본사의 공급가 마진도 얹힌다. 본사는 원재료와 포장재를 정가에 공급하며, 이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 매출이 늘어날수록 본사의 수익은 올라가지만, 점주는 물류·인건비·수수료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이런 구조에서 배달 가격에 일정 가산을 붙이지 않으면, 가게 운영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중가격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다. 소비자에게 ‘두 번째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던 건 탐욕이 아니라 생존 때문이었다.




"가격보다 깊은 문제, 설명 없는 구조"

하지만 가격을 다르게 붙이는 것보다 그 가격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 더 문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배달앱에 등록된 음식점의 58.8%가 매장가보다 비싼 배달가를 운영 중이고, 그중 97.8%는 명확한 가격 차이에 대한 고지를 하지 않고 있었다. 가격 차이는 평균 621원(10.2%), 많게는 4,500원까지 벌어졌다.

‘배달 전용 메뉴’라는 표시는 간혹 있지만, 그게 수수료 반영인지, 전략적 가격 책정인지, 본사 방침인지는 알 수 없다. 소비자는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묵시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책임 구조도 흐릿하다는 데 있다. 플랫폼은 “가격은 점주의 자율”이라 하고, 본사는 “가맹점의 결정”이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점주가 독립적으로 가격을 정하기 어렵다. 공급가·수수료·광고 노출 조건이 얽혀 있어, 가격 자율권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한다. 그리고 소비자만이 이 구조의 비용을 최종적으로 감당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전 고지가 있으면 위법 아님”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고, 일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배달앱은 낮은 인지도와 불편한 UI로 실효성이 떨어진다. 한때 논의됐던 ‘수수료 상한제’는 미국 위스콘신대의 연구처럼 배달 지연, 매출 감소 등 역효과가 있어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가격은 달라도, 신뢰는 하나여야 한다"

결국 핵심은, 단일 가격 체계가 아니다. 서로 다른 가격이 존재할 수는 있다. 문제는 그 가격의 차이와 이유가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전달되는가다. 경제학에서 가격차별이 정당화되기 위한 전제는 ‘소비자가 그 차이를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수용할 때’라는 조건이다. 지금 우리는 그 기본 전제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1) 배달 가격 차이에 대한 사전 고지 의무화, (2) 플랫폼 및 본사의 수익 구조 투명성 확대, (3)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체 유통망의 활성화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 시장에는 여러 개의 가격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와의 거래에는 단 하나의 신뢰만이 존재한다. 그 하나를 지키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은 전략도 결국 시장을 지탱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