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시장은 정말 자유로워졌을까
2025년 7월 22일, 어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른바 ‘단통법’이 폐지됐다. 2014년 제정 이후 11년 만의 일이다. 단통법은 한때 ‘호갱 방지법’으로 불렸고, 동시에 ‘보조금 규제법’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시장의 자유를 억누른 법인지, 소비자를 지켜온 방파제였는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지만, 이제 그 법은 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보조금 자율화다. 통신사 공시지원금 외에, 유통점이 자율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추가 지원금에 대한 상한선이 사실상 철폐됐다. 단말기 보조금을 받으면서 동시에 통신요금 25%를 할인받는 ‘선택약정 할인’도 중복으로 누릴 수 있게 됐다. 겉으로 보기에 소비자에게 ‘혜택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마이너스폰’(단말기값을 받고 기기를 개통하는 방식)까지 언급될 정도다.
"혜택의 그림자, 책임의 전가"
그러나 혜택이 커질수록 소비자의 책임도 함께 커진다. 지금까지는 규제가 가격 범위를 제한해줬지만, 이제는 스스로 조건을 판별하고, 가격을 비교해가며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그 정보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유통점마다 제시하는 보조금과 계약 조건은 제각각이고, 단말기 가격과 요금제, 약정 기간 등 수많은 조합이 얽혀 있다. ‘공짜폰’이라는 말이 알고 보니 고가 요금제 36개월 약정을 전제로 한 경우도 흔하다.
특히 고령층, 청소년, 디지털 취약계층이 이번 변화의 취약한 고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동전화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피해 유형의 90%는 계약 조건의 미고지, 허위 안내 등 ‘정보 비대칭’에 기인한다. 최근 기사에서는 “휴대폰 바꾸러 갔다가 모르게 4대 개통 당했다”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규제의 빈자리를 악용하려는 일부 유통점의 꼼수 계약이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이다.
"시장의 자유, 소비자의 시험대"
정부는 제도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장 단속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기통신사업법상 허위 광고, 차별 판매 등에 대해서도 과징금 등 제재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동통신 3사와의 간담회도 진행됐고, 소비자 피해 예방 가이드를 제작해 유통점에 배포하는 등 대응은 빠르게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제는 제도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 전체의 책임이 시험대에 올랐다. 판매자는 투명한 조건 제시와 설명의 의무를 다해야 하고, 소비자는 계약 전 꼼꼼한 확인과 비교, 그리고 최소한의 정보 탐색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율’은 규제의 퇴장만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장에 참여하는 모두가 ‘책임’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단통법의 폐지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법의 보호 아래 숨겨져 있던 가격 결정 구조, 유통 관행, 소비자 인식 모두가 다시 시장의 시험대 위에 놓였음을 의미한다. 제도가 물러났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눈이 날카로워져야 할 차례다. ‘더 싼 폰’을 넘어 ‘더 명확한 조건’을 찾는 이들만이, 진짜 자유로운 시장에서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