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250706
#1
지난주는 Outcome에게 아주 밀도 높은 시간이었다. 우리는 넥스트라이즈 부스를 열고, Outcome이 하고 있는 일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에 섰다. 세미나도 있었고, 전시회도 있었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부스를 찾아주셨다.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일은 언제나 그렇듯 조심스럽고 벅찼다. 우리가 준비한 메시지가 정말 시장에 닿을 수 있을까, 그 반응 하나하나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시간이었다.
#2
행사가 끝난 날, 금요일 저녁엔 조촐한 회식이 있었다. 함께했던 팀원들과 Outcome을 막 떠난 분도 있었고, 새롭게 들어온 인턴도 그 자리에 있었다. 다들 다른 이유로 이 자리에 있었고, 다른 속도로 Outcome과 얽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자리에 앉아 있는 풍경이 참 고마웠다. 누군가 Outcome을 계속 응원한다고 말해줄 때, 생각보다 마음이 울컥했다. 그리고 이상하게 오래 남은 장면은 인턴 친구가 해준 말이었다. 내가 한 업무를 건네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는데, 그 친구는 그 말이 너무 감동이었다고 했다. 이전 인턴 경험에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었다고. 단순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그렇게 와닿을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회사는 결국 어떤 말을 건네고, 어떤 감정을 나누는 공간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3
지난달, 나는 Outcome의 방향성과 관련된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우리가 만들고 있던 제품을 공식적으로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 제품을 맡아왔던 개발자 분들과, 함께 공동창업자로 출발했던 분까지 오늘 Outcome을 떠나게 되었다. 회사 입장에선 당연한 결정이었다. 더 이상 시장과 맞지 않는 제품에 리소스를 쓰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개인 입장에서 보면 마음이 너무 미안했다. 아무리 머리로는 타당한 결정이라 해도, 함께했던 시간을 알고 있는 입장에선 말처럼 쉽게 지나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4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일은 회사에선 흔한 일이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가장 어려운 일이다. 어느 순간 무뎌질 거라고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럴수록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 결정이 더 힘들었던 건, 사실 훨씬 더 일찍 내렸어야 했던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나는 판단을 미뤘고, 그 미룸은 결국 사람에게 책임으로 돌아왔다. 결과적으로는 더 아프게 이별하게 만들었다. 대표라는 자리는 이런 순간에도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다. 하지만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마음까지 정리가 되는 건 아니다. 이별 앞에선 늘 미안하고, 그래서 더 오래 감사하다.
#5
같은 시기, 운영팀에서도 한 분과의 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회사와 핏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사실 나는 팀이라는 걸 그렇게 단정 짓기 어려운 존재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부족해 보일 때 함께 채워주는 것이 팀이라고 믿었고, 애정을 오래 주다 보면 그 사람이 바뀔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누군가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것 자체가 내 입장에서는 사치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변화는 결국 본인의 의지에서만 시작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팀에 남아 있는 건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조직을 갉아먹는다. 그 작은 불협화음은 결국 더 큰 틈을 만들어냈고, 결과적으로 더 나쁜 방향으로 조직을 끌고 가기도 했다.
#6
Outcome을 운영하면서 나는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해왔지만, 그중 가장 힘든 건 늘 사람에 대한 선택이었다. 숫자보다 감정이 먼저 들고, 논리보다 관계가 먼저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을 정하고,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일이 반복된다. 지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문득문득 나를 붙잡는 장면이 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 함께 해줘서 고맙다는 눈빛, 그리고 Outcome을 응원한다는 짧은 인사. 그런 작고 조용한 장면들이 Outcome이라는 회사를 존재하게 만든다.
#7
Outcome은 단지 잘 되는 회사를 만들고 싶은 게 아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시장에서 의미 있기를 바라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진심이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진심이 언젠가 구조가 되고, 그 구조가 제품이 되고, 그 제품이 고객에게 닿을 수 있다면, 우리는 Outcome이라는 이름을 걸고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믿는다. 마음은 여전히 복잡하고, 결정은 매번 어렵지만 나는 다시 내일을 준비할 거다. 다시 사람을 만나고, 다시 설득하고, 다시 실행할 거다. 그게 대표가 할 수 있는 가장 조용한 책임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