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백종원은 정말 몰락한 걸까

– 착한 사람 딜레마와 다시 일어설 브랜드에 대한 믿음

by Woozik

#1

“가장 존경하는 창업가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주저 없이 백종원이라고 답해왔다.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조스 같은 인물이 아니라, 그가 직접 시장에 내려가 소상공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대중을 위한 전통시장 개선을 감행했으며, 요리라는 언어를 통해 전 국민과 소통한 그 진정성에 나는 더 큰 존경을 느꼈기 때문이다.

수천 개의 프랜차이즈를 만든 기업가이자, 동시에 ‘골목식당’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수많은 자영업자의 마음을 어루만졌던 사람. 나는 그런 그를 보며,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창업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하지만 최근, 그 백종원이 위기 한복판에 놓였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유튜브 채널 댓글에는 실망했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고, 언론은 ‘더본코리아의 몰락’, ‘브랜드 거품의 붕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단호하게 평가절하했다. 물론 그 안에는 사실도 있고, 비판이 필요한 지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장면을 보며 단 하나의 질문을 되새기게 되었다. 정말 그는 큰 잘못을 저질렀는가?


#2

백종원은 언제나 착한 이미지였다. 늘 웃으며 이야기하고, 무너진 가게 사장님의 눈물 앞에 먼저 고개를 숙이던 사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착한 사람에게는 언제나 더 높은 기대치가 따라붙는다. 평범한 누군가가 실수하면 ‘그럴 수 있지’라고 넘어갈 일이, 착한 사람이 실수하면 ‘배신’으로 느껴진다. 이른바 ‘착한 사람 딜레마’다.

그가 사람들에게 보여준 성실함과 진정성이 컸던 만큼, 반사적으로 돌아오는 실망도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그 실망의 크기가, 그가 ‘몰락했다’는 증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의미 있는 존재였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3

브랜드는 위기 이후가 진짜다. 위기를 맞이했을 때, 그 브랜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그 본질이 드러난다. 스타벅스를 떠올려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스타벅스는 지나친 확장 전략에 대한 비판을 받으며 900개 이상의 매장을 폐쇄했고, 주가는 급락했다. 많은 이들이 ‘이제 스타벅스도 끝났다’고 말했지만,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다시 CEO로 복귀해 "모든 전략을 고객 경험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라고 선언했고, 직원 교육을 중단한 채 모든 바리스타를 대상으로 리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불과 3년 만에 스타벅스는 매출과 브랜드 이미지를 모두 회복했고,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글로벌 커피 제국으로 다시 자리 잡았다.


#4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한때 ‘적자의 아이콘’이라 불리며 조롱받았던 쿠팡은 김범석 대표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로켓배송’이라는 고객 중심 서비스를 밀어붙인 끝에 2021년 뉴욕증시에 상장했고, 시가총액 100조 원을 돌파하며 "실패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사람들은 늘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그게 전략이었구나’라고 말하지만, 전략은 실행 중일 때는 언제나 미친 짓처럼 보인다. 지금의 백종원이 비판받고 있는 모습도, 언젠가 사람들의 입에서 ‘그래서 그때도 포기하지 않았구나’라는 말로 바뀔 거라고 나는 믿는다.


#5

왜냐하면 그는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유튜브를 통해 직접 해명하고, 전국의 매장을 찾아다니며 브랜드를 점검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본코리아는 무너질 회사가 아니다. 전국 1,700개 이상의 가맹점, 한식 문화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지역과 연결된 물류·교육 시스템, 백종원이라는 ‘사람 그 자체가 브랜드인 구조’. 이런 회사는 일시적인 오해나 이미지 실추로 무너지지 않는다. 단지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다.


#6

그래서 나는 그의 주식을 샀다. 많은 사람들이 팔 때, 나는 그 브랜드에 다시 베팅했다. 주식이라는 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믿음에 대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가 다시 일어설 거라고 믿는다. 아니, 반드시 일어날 거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 확신은 단순히 백종원이라는 개인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그가 보여준 수년간의 진정성, 실패 앞에서도 도망치지 않는 태도, 위기 속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브랜드의 선례, 그리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 창업자로서 그가 걷는 길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제는 끝났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지금이 시작이라고 믿는다. 사람들은 착한 사람의 실수에는 냉정하지만, 착한 사람이 다시 일어서는 모습엔 더 깊이 감동한다. 백종원은 실수했다. 그러나 실수로 끝날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를 믿는다. 그리고 믿는 사람이 결국은 이긴다고, 나는 믿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럼에도 회사를 이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