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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놓치지 않기로 했다

남들이 아니라고 해도 결국 되게 만드는 길 #20250810

by Woozik

#1
팀원이 퇴사를 결정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쉽다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알게 된 건, 다른 기업에서 훨씬 큰 금액의 오퍼를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Outcome이 지금 당장 그 조건을 맞출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 차이를 들으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금액 차이가 전부는 아니라고 믿고 싶었지만, ‘우리가 함께 만든 시간과 앞으로의 가능성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구나’ 하는 허무함이 스쳤다.


#2
그 순간 스스로에게 질문이 돌아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단순히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건지. Outcome이라는 이름을 걸고 내가 만들고 싶은 건 결국 돈으로만 설명되지 않는 이유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언제든 더 큰 숫자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다.


#3
처음엔 막막했다. 하지만 곱씹어보니 이건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하나의 이정표일 수도 있었다. Outcome을 떠난 사람들이 계속 더 좋은 곳으로 간다는 건,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그들의 커리어에서 힘이 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우리가 맡았던 역할과 만들어온 구조가 다른 기업들에겐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이미 시장에서 증명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4
얼마 전, 잠시 개인 휴가를 다녀왔다. 통영 바다를 바라보며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다. 파도 소리와 바람, 그리고 수평선 끝의 빛을 보면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내야 하는지를 생각했다. 요즘은 대표로서 내가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걸 자주 느낀다. 그런데도 결국 해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오래전 일기장에 스스로를 ‘슬로우 스타터’라고 적어두었던 기억이 났다. 어떤 조직에 가도 처음부터 뛰어난 퍼포먼스를 내진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고, 조금씩 나아갔다. 결국에는 내가 원하던 바를 이루어냈다.


#5
그렇게 나는 나를 ‘우직’하다고 정의한다. 빨리 달리지는 않지만,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는 사람. Outcome이 가고 있는 길도 그렇다. 불확실하고 더딜 수 있지만, 결국 우리가 세운 목표를 이뤄내는 길. 그리고 나는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갈 거다.


#6
다시, 내가 왜 창업을 했는지를 떠올린다. 나는 낭만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남들이 아니라고 해도 결국 되게 만드는 낭만, 남들의 시선을 벗어나 나의 꿈을 끝내 해내는 낭만. Outcome은 그 낭만에서 시작됐고, 나는 앞으로도 그 낭만을 놓치지 않기로 했다. 이 회사는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내가 세상과 맞서 실험하고 증명하는 무대다.


#7
나는 잔나비라는 가수를 좋아한다. 그들은 누구보다 낭만을 이야기하는 가수다. 처음 그들의 노래를 들었을 때는 동화 속 이야기를 하는 것이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1만 명이 모인 그들의 콘서트에서 모두가 같은 노래를 부르고 같은 율동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 그 공연장은 하나의 동화 속 세상 같았다.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 그게 내가 그 자리에서 경험한 낭만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안 된다고 말해도, 나는 해낼 거다. 그게 내 낭만이고, 내 꿈이기 때문이다. Outcome 역시 그 낭만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다.


#8
통영 바다는 잔잔했다. 윤슬을 아는가. 잔잔한 바다 위에 부서지는 햇빛은 그렇게나 아름다웠다. 그 빛이 물 위를 따라 은은하게 번지는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 그렇게 잔잔히 빛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요란하지 않아도, 오래도록 빛나는 사람. Outcome과 함께라면 나는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 회사와 나의 시간은 파도처럼 격렬할 때도 있지만, 언젠가는 윤슬처럼 잔잔하고 단단한 빛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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