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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zik Jan 08. 2020

MARRAM

LDP Laboratory Dance Project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한 현대무용단이자

2001년 창단 이후 왕성한 활동을 통해

19년 동안 자생력을 갖춘 프로 무용단이다.   

그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초청공연과 지속적인 안무가 발굴 및 신작 발표를 위한 정기공연을 통해 

현대 국내 현대무용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LDP in LG아트센터    

MARRAM 

김설진  

동일한 사건임에도, 기억은 나에 또는 타인에 의해 끊임없이 왜곡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조여 오는 본능의 기억을 되뇌게 된다.  

정말 좋은 작품이다.

공연을 보고 받은 충격때문인지

집에 와서 글을 쓰는 이 시간까지 장면 하나하나가 머리 속에서 맴돌고 있다.  

먼저 '기억'에 대해 논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모든 순간을 기억에 담고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모두 각자의 기억 속에서 살고 있다.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억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그렇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러한 기억이 변한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보자

사랑하던 연인이 있다면 그녀의 기억은 내 머릿속에 행복으로 담겨있을 테다.

그러나 만일 헤어지게 된다면

동일한 추억임에도 연인에 대한 기억은 이제 아픔으로 변하게 된다.

더 나아가, 만일 그러한 헤어짐 때문에 크나큰 상처를 받았다면

이제 그녀의 기억은 어쩌면 피하고 싶은 두려움, 심지어 공포의 기억까지 될 수 있다. 

이처럼 동일한 사건임에도 기억은 각자, 그리고 당시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감독이 주목한 점이 바로 인간이면 필히 겪게 되는 기억의 가변성, 즉 기억의 '왜곡'이다.

기억이 지배된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그러한 기억이 오류 가득한 왜곡된 기억이라면 

두려움, 공포심을 넘어서 정신혼란까지 야기될 테다. 

작품은 이러한 왜곡된 기억의 어두운 면을 과감 없이 보여준다.  

배우들은 극 초반 만남과 헤어짐이란 행위를 반복한다.

개인에게 남아있는 기억의 파편들이다.

그러나 그러한 행위가 반복될수록

웃음 가득한 표정이 사라지는 등 행위가 점차 변화함을 느낄 수 있다.

기억의 왜곡이 시작된 셈이다.  

중반부부터는 다른 배우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여자는 남자에게 계속해서 달라붙어있다.

시간이 지나도 남자를 괴롭히는 기억의 파편이다.

남자는 그러한 여자를 밀어내려고 노력을 하여도

여자에 대한 기억은 멀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억의 왜곡은 더 심화되어 남자를 더욱더 괴롭힌다.  

절정부로 갈수록 기억의 혼란은 심화된다.

배우들의 움직임은 정상적인 움직임을 넘어서 

마치 중간중간 끊긴 비디오 클립처럼 움직인다. 

그렇게 기억의 혼란은 이제 공포심으로 넘어간다.  

이 모든 기억의 주인은 뒤에서 차근차근 의자를 쌓아오면서

자신의 기억을 정리하려고 하지만

이 노력은 의자가 모두 쓰러지면서 헛수고가 된다. 

마지막에 그는 도망쳐 나가는 왜곡된 기억들을 붙잡아 놓으려 하지만 

기억들의 거센 움직임을 막을 수 없었다.

마주한 마지막의 기억이 쓰러짐은

어쩌면 왜곡되어가는 기억들을 마주하려 하지만 결국 포기하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을 상징한다.  

만일 나는 온전히 그 기억을 마주할 수 있는가.  

나 역시 악몽 같은 기억들이 여럿 있다.

그러한 기억들은 꿈에서, 심지어 일상생활에서도 이따금 떠오른다.

기억 속에서는 상대방의 화를 내던 표정에서 이제는 웃음까지 보이기도 한다.

여전히 기억은 왜곡되어 가면서 나를 괴롭힌다.

그러한 기억들이 나를 좀먹고 있지 않을까.

나 역시 이들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기억은 불안정하다. 그것은 무수한 망각이며 오류가 난무하다. 

그럼에도 기억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이 작품은 불완전한 관계, 편집된 기억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개인의 머릿속에 살아가고 있는 타인은 어떤 모습으로 숨 쉬고 있을까?" 



해당 글은 작가의 TISTORY에 공동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s://french6lack.tistory.com/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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