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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zik Jan 08. 2020

라벨과 스트라빈스키, 그 재해석에 관해서 1.

김보람 안무가의 <철저하게 처절하게>


라벨과 스트라빈스키그 재해석에 관해서   



“현대 무용이 이렇게 멋있구나.” 누군가가 공연장을 나오면서 했던 말이 공감이 갔다. 그동안 무용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었기에 무용 예술에 낯설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수업을 통해 현대 무용이 무엇일까에 대해 관심이 생기게 되었고 하나의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라벨과 스트라빈스키’, 학교 수업을 통해 단체로 관람하였지만 공연이 내게 준 여운은 굉장하였다. 내용을 이해함을 떠나서 공연을 보고 느꼈던 감정은 나 역시 ‘멋있다‘‘멋있다 ‘라는 점이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 그때의 감정을 정리해보았다. 내가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는지. 

안상수 감독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공연을 예술가의 시각에서 이해하려고 굳이 노력하지 말자.. 대신에 공연을 보면서 느꼈던 직접적인 감정 그것을 더 중요시 여기라.’ 각자 이해하는 방식이 모두 같지는 않지만 이에 대해 옳고 그름은 없을 테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다른 예술작품을 보는 방식대로 이번 공연을 관람하였다. 즉, 나만의 방식대로 공연을 이해해보려고 했다 


 

김보람 안무가의 <철저하게 처절하게>  





작품에 대해서는 교수님의 강의와 무용수들의 수업으로 배경지식을 갖고 있었다. 그중 음악과 수업을 통해서 느꼈던 가장 큰 특징은 ‘반복성’이었다. 볼레로 음악 특유의 반복적 멜로디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지금에서야 깨달았지만 잔나비의 「새 어둠 새 눈」 등 기존에 알고 있던 대중음악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는 멜로디였다. 나도 모르게 수없이 듣던 멜로디였었다. 이와 같은 반복적 멜로디가 해당 공연에서는 어떻게 현대적으로 표현될지 굉장히 궁금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멜로디에 집중하고 공연을 관람하였다.  



같지만 다르다. 다르지만 같다


  

공연을 보면서 느꼈던 생각은 한 문장으로 이러하였다. 4명씩 나란히 선 무대 배치는 대칭적이었다. 또한 공연 내내 무용수들은 공통적으로 반복적인 안무를 펼친다. 그렇지만 이를 쉽게 같은 안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왜나하면 공연 초반과 달리 후반으로 갈수록 대칭적인 무대 배치는 돌아다니면서 칵테일을 마시는 등 점차 자유롭게 변한다. 또한 반복적인 안무는 이어지지만 개개인마다 특유의 시그니처 모션을 보여줌으로써 통일성을 깨트린다. 오히려 공통적인 안무는 후반 절정으로 갈수록 개개인의 시그니쳐 모션을 더욱 돋보여주었다.

게다가 영화를 보면서 독특한 복장 또한 눈에 띄었다. 모두 다 우아하게 새하얀 정장을 갖췄지만 각 개인은 저마다 우스꽝스러운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었다. 영화 「킹스맨」에서 우아한 저녁 만찬에 나온 빅맥이 떠올랐다. 예상치 못한 B급 정서에 더욱 눈길이 갔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아이템으로 각자가 누구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이 또한 공통적인 정장이 오히려 각자가 누구인지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내가 지은 결론은 전체적으로 같지만 분명히 무언가 달랐다. 그렇다고 다르다고 말하기엔 분명히 무언가 같았다. 이러한 모순적인 설명을 가능케 하는 게 내가 공연 내내 느낀 김보람 안무가 발상의 위대함이었다.

이를 통해 공연 제목이 갖는 의미 또한 생각해보았다. ‘처절하게’는 반복성에서 빠져나와 각 개인의 특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무용 전체를 엮으려고 하는 강압적인 틀에서 빠져나와 무용수들은 각자 자신들의 시그니쳐 무용을 보여주고 이를 표현한다. 이렇게 강압 속에서 벗어나 개인을 표현하는 모습에서 처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와 반대로 ‘철저하게’는 반복적인 특성을 강조하는 안무를 의미한다. 전체를 엮는 강압을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고 예상하였지만 오히려 이는 빠져나와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체가 있기에 개인이 존재할 수 있고 개인이 있기에 전체가 구성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처절하게’와 ‘철저하게’는 반대되는 개념이 아닌 상호의존적인 개념이 된다. 그 둘이 서로 존재하기 때문에 무대는 더욱 풍성하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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