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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zik Jan 08. 2020

이재영 안무가 <디너>

STEP UP, 현대 무용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 대해


STEP UP, 현대 무용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 대해

국립현대무용단  


나는 살면서 다른 일반인과 비교하였을 때 수많은 예술을 접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날 본 공연은 이제까지 경험했던 예술과는 다르게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전 조사를 못해보고 간 공연이었고 이전 공연들이 편하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일까. 이러한 난해한 주제를 받아들일 준비가 미처 되어있지 않았다. 너무나도 어려웠던 이러한 주제를 처음 느낀 감정대로 함부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글을 쉽게 쓰지 않으려고 하였고 오랜 시간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이처럼 난해한 주제에 대해 제 나름대로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러한 과정에 대해 서술해 보겠다. 

국립현대무용단 기획자 분께서 수업에서 강연을 하였었다. 그 때 설명하였던 <스텝업>은 국립현대무용단이 신진 작가를 육성하기 위해서 만든 하나의 프로젝트이라는 점이다. 신진 작가들은 예술에 대해서 자신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공연예술로 표현하다. 그러한 아이디어가 무엇이든지 예술적인 가치가 뛰어나다면 국립현대무용단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그들에게 해준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바로 <스텝업>이다. 이처럼 지원하는 이유는 기획자가 중요시하게 언급한 한국 관객의 기형적인 공연 관람 형태 때문이다. 예술에 대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신진 작가 또는 소규모 공연에 대해서 관객들이 유료 티켓을 구매하지 않는다. 아직 한국에서 관객들은 현대무용이라는 공연 예술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거나 아니면 국립무용단과 같이 하나의 거대 단체 혹은 기업의 작품에 대해서만 관객들은 티켓을 사고 공연을 관람한다. 이러한 점에서 <스텝업>공연은 단순히 신진작가를 지원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이러한 한국 관객들의 공연 관람 문화를 비판하는 취지 또한 담고 있다. 이날 우리가 관람한 공연도 의도적으로 대중적인 공연을 담지 않았다. 그 대신 현대 예술로서 무용의 역할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았고 작품에 대해서 새로운 시도를 한 노력이 담긴 공연들을 보여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느꼈던 첫인상에서 판단하지 않았고 좀 더 고민을 해 보았다. 



이재영 안무가의 <디너>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인연으로써 생겨나고 인연으로써 소멸한다.  



공연을 보면서 모든 것들은 각각의 관계로 연결이 되어있다는 불교의 ‘인연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공연은 처음 밥을 짓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뜬금없는 시작이었지만 쿠쿠는 밥을 짓는 동안 몇 마디의 알람을 전달하였고 이 모든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전체의 흐름에 녹아들었다. 의미가 없을 것 같은 기계의 알림조차 전체의 무용 속에서 하나의 의미를 발현한다. 또한 모든 과정들이 느리면서도 비효율적이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들이 체계적으로 보였다. 각각의 과정들이 개별만의 의미를 더해가면서 움직이었기 때문이다. 경영학과 학생으로서 수업에서 나는 항상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경제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은 최단 시간으로 움직이고 빠르게만 움직이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부분들을 굉장히 싫어한다. 집을 갈 때에도 일부로 먼 길을 돌아가고 한 가지의 내용을 고민할 때 최대한 여러 시각에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이러한 방식은 물론 경제적이지 않고 효율적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러한 비효율적인 움직임들이 때때로 생각지도 못한 의미를 발현한다. 먼 길을 돌아가는 탓에 덕분에 집근처 숨어있는 맛집을 찾게 되었고 다양하게 생각을 하는 탓에 타인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고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이 작품 또한 그러한 의도일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현대 시대는 너무 효율적이 너무 경제적이다. 그러한 시대에서 우리는 느리게 움직이고 비효율적으로 움직이면서 생활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모든 것은 과정의 연속인데 그 부분이 항상 체계적으로 그리고 최소 인풋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다. 최소 인풋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그 과정에서 다른 의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공연에서 테이블 위에 붙어있는 스탠드는 코끼리 코로 변화하여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급하게 움직이지 말자. 모든 것은 인연에 따라 각자의 의미를 발현할 것이다. 공연에서 무용수들은 의미 없이 밥을 짓고 양배추를 자르는 듯 보였지만 결국에 이들은 한데 모여서 따뜻한 한 끼 식사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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