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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zik Jan 08. 2020

이은경안무가 <무용학 시리즈무용학시리즈 vol 2.5>

STEP UP, 현대 무용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 대해


STEP UP, 현대 무용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 대해 2


사용자 Hy. 2019.10.04 18:04 수정 삭제








STEP UP, 현대 무용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 대해


국립현대무용단




나는 살면서 다른 일반인과 비교하였을 때 수많은 예술을 접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날 본 공연은 이제까지 경험했던 예술과는 다르게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전 조사를 못해보고 간 공연이었고 이전 공연들이 편하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일까. 이러한 난해한 주제를 받아들일 준비가 미처 되어있지 않았다. 너무나도 어려웠던 이러한 주제를 처음 느낀 감정대로 함부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글을 쉽게 쓰지 않으려고 하였고 오랜 시간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이처럼 난해한 주제에 대해 제 나름대로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러한 과정에 대해 서술해 보겠다.


국립현대무용단 기획자 분께서 수업에서 강연을 하였었다. 그때 설명하였던 <스텝업>은 국립현대무용단이 신진 작가를 육성하기 위해서 만든 하나의 프로젝트이라는 점이다. 신진 작가들은 예술에 대해서 자신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공연예술로 표현하다. 그러한 아이디어가 무엇이든지 예술적인 가치가 뛰어나다면 국립현대무용단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그들에게 해준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바로 <스텝업>이다. 이처럼 지원하는 이유는 기획자가 중요시하게 언급한 한국 관객의 기형적인 공연 관람 형태 때문이다. 예술에 대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신진 작가 또는 소규모 공연에 대해서 관객들이 유료 티켓을 구매하지 않는다. 아직 한국에서 관객들은 현대무용이라는 공연 예술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거나 아니면 국립무용단과 같이 하나의 거대 단체 혹은 기업의 작품에 대해서만 관객들은 티켓을 사고 공연을 관람한다. 이러한 점에서 <스텝업>공연은 단순히 신진작가를 지원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이러한 한국 관객들의 공연 관람 문화를 비판하는 취지 또한 담고 있다. 이날 우리가 관람한 공연도 의도적으로 대중적인 공연을 담지 않았다. 그 대신 현대 예술로서 무용의 역할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았고 작품에 대해서 새로운 시도를 한 노력이 담긴 공연들을 보여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느꼈던 첫인상에서 판단하지 않았고 좀 더 고민을 해 보았다.





이은경 안무가 <무용학 시리즈무용학시리즈 vol 2.5: 트랜스포메이션>








거부감나는 얼마나 이를 이해할 수 있는가



사실 이 공연이 1단계에서부터 2,5단계까지 이어질 정도로 오랜 기간 상연된 작품이었다는 점에 굉장히 놀랐다. 이 공연을 보고 난 뒤 처음에는 새로움에 대한 도전에 내가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느꼈다. 공연을 보면서 질끈 눈을 감은 적도 있다. 그만큼 예술은 어렵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특히 작품 설명서를 읽고 싶지가 않았다. 공연 자체가 무언가 날 것에 대한 의미를 말하는 것 같기 때문에 나 역시 다른 해석에 의해 얽매이지 않고 날 것의 의미를 담고 싶었다.


공연은 처음 세 명의 무용수들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웃음을 지으면서 시작한다. 상대방을 향한 웃음, 어쩌면 우리의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낯설어한다.. 만일 웃음을 지으면 손으로 가리면서 상대방에게 예의를 표한다. 그렇게 자신의 웃음을 온전히 남에게 보여주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그렇게 되기까지 굉장한 시간이 걸린다. 무용수들 또한 처음에는 작은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서로 웃음을 짓는다. 그러나 이러한 웃음들이 점차 커져 나가면서 그들은 각기 방식으로 웃음을 표현한다. 자신의 온전한 웃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더 나아가 그들은 자신의 웃음에 춤 또한 더해준다. 낯설었던 관계에서 이제는 자신의 숨겨진 끼와 능력을 보여주는 단계까지 관계는 발전하였다. 그들은 서로가 가진 이러한 가치들을 인정해주고 그들이 보여준 춤을 좋아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맺었던 인간관계는 더욱더 끈끈해지고 발전하였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난해한 부분은 음악이 더해지고 조명이 바뀐 이후이다. 무용수들은 옷을 뒤집어 쓰거나, 상의를 벗어 자신의 부끄러운 신체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또는 아예 옷을 벗어던져 자신의 숨겨진 몸을 보여준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고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 또한 어려웠다. 그렇다고 또 남한테 말로 설명하기 또한 어려웠다. 그저 난해함에 사로잡혔고 작품에 대해 거부감까지 처음에는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다시금 생각해보자 못 보이던 내용들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진정한 인간관계에서 그 끝은 어디일까라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보자. 나는 정말로 고마움을 느끼고 진정 우정을 느끼는 친구를 보면서 단연코 그를 이해한다고 말을 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서로에게 스스로의 가치관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이에 대해 존중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서 공연을 바라볼 때 그들 역시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 스스로가 생각하는 가치관에 대해서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옷을 뒤집어 쓴 무용수는 자신의 복잡한 내면에 대해 말을 한다. 이러한 내면은 쉽게 통제 가능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뒤흔든다. 스스로의 내면에 대한 거침없는 표현이다. 더 나아가 과거의 트라우마에 의해 박살나버린 자신의 상처를 말한다. 상의를 벗어던진 여성 무용수는 드러낸 상체가 눈에 띄었다. 기존에 대중적으로 인식되는 무용수의 몸매가 아니었다. 오히려 무용수는 크롭티를 입음으로서 뱃살을 드러내었고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여성 미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 무용수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외국인 무용수는 입고 있던 상하의를 벗어던졌고 그 안에 망사로 된 옷과 속옷만을 볼 수 있었다. 그런 뒤 그는 하이힐을 신고 무용을 진행하였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에서 그의 숨겨진 성 정체성을 읽을 수 있었다. 겉으로는 남성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의 숨겨진 내면에는 여성의 모습이 숨겨져 있었고 그 모습을 표현하는 방식 자체가 굉장히 과감하였다. 오히려 그 표현의 강도가 너무 심해서 거부감이 들 정도였다.



거부감, 나는 얼마나 이를 이해할 수 있는가



다시 작품을 생각하면서 드는 생각은 한 마디로 ‘거부감’이였다. 공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 간의 관계는 점차 깊어지지만 마지막 부분에 분위기를 바꾸면서 과감한 표현을 시도한다. 그러한 표현이 의도적으로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이끌어낸 것 같았다. 또한 공연의 마지막 부분에 세 명의 무용수들은 관객들을 지극히 쳐다본다. 마치 말을 건네는 것 같다. 그것은 지금 당신들이 느끼는 ‘거부감’에 대해서 단순히 예술이란 이유로 이것을 이해하는 척하지 말고 대신 사람들이 살면서 너는 타인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그러한 질문에서 나는 내 자신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타인을 얼마큼 이해할 수 있는가. 말로는 이해한다면서 그들을 진심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들이 보여준 모습들이 나 또한 지니고 있을 인간 본연의 모습일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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