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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열 두 발자국, 정재승(1)

단순히 뇌 과학이 아닌, 인간에 대한 여섯 가지의 질문

by Wooz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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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정재승 교수와 책의 제목만 보고 단순히 과학 지식에 관한 책으로 어림잡아 판단하였다. 하지만 이는 나의 착각이었다. '열 두 발자국'은 단순히 지식의 축적을 위한 발걸음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삶의 끊임없는 고민에 대해 대답해보는 발자국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에 대해 점점 고민하였으며, 스스로를 반성하였다. 기술을 이야기하는 책인데, 나라는 존재와 사고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다니? 정말로 신기한 경험이지 않는가? 저절로 나의 예전의 글이 떠올랐다.


이전에 강연을 듣고 현재 예술계를 바꿔놓은 인공지능에 관해 쓴 글이 있다. 인공지능 기술에 관해 쓴 글이지만 결론은 '인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너무나도 철학적인 질문이었다. 그렇다. 인공지능이 처음 우리에게 인식되었을 때 우리는 이를 단순히 컴퓨터에 대한 연구로만 생각하였다. 하지만 점차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는 인간에 대한 연구라는 점을 깨달았다. 정재승 교수는 이를 명확히 알고 있으며 그렇기에 책은 기술을 이야기하지만 오리혀 인문학에 가까운 책을 집필하셨다.



더 나아진 도구를 통해서 인간의 행위를 이해


컴퓨터 기술, 코딩, 인공지능은 단순히 도구에 불과하다. 우리는 더 나아진 도구를 통해서 인간의 예술행위를 이해하려 한다. 따라서 우리가 얼마큼 인간의 예술 행위에 대해 이해하는지가 핵심이다.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였을 때 우리는 인공지능을 통해 더 나은 예술을 만들어낼 수 있다. 책과 함께 나아가는 '열 두 발자국'은 인간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한 발자국이다. 이를 바탕으로 하기에 자연스럽게 인간이 활용하는 도구, 빅데이터 & 블록체인 등을 설명할 수 있다.


너무나도 좋은 과학&IT 입문서이다. 이 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첫 번째 발자국, 선택하는 동안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좋아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풍부한 경험과 판단력을 얻을 줄만 알았지만 제 앞에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가 가득합니다. 당장의 업무를 위해서, 팀원들을 이끌기 위해서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되지만,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서 밤새 고민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혼자서 오랜 고민을 하기보다 그들을 만나서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겸손함과 결단력', 충분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판단하되 최선의 선택을 해나가는 결정.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여전히 배워가고 있습니다. 이번 생은 처음이기 때문에 오늘도 고민하며 배워갑니다.



처음 해보는 일은 계획할 수 없습니다. 혁신은 계획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혁신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획을 끊임없이 수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중요한 건 계획을 완수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완수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한 발자국 떨어져 문제를 볼 필요가 있고, 실패하더라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 성공해야 하고 가장 높은 탑을 쌓아야만 한다면 시야가 좁아져서 과제 집착형으로 다가가게 된다는 겁니다. 그것이 여지없는 실패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이다.
'겸손함과 결단력'입니다. 내 의사결정에 대해서 확신하지 않고 끊임없이 회의하고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 그렇다고 우유부단해서 결정을 못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때가 되면 의사결정을 하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는 사람, 유치원생들처럼 끊임없는 실행을 통해 배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세상에 나가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지도를 그리는 일입니다. 누구도 여러분에게 지도를 건네주지 않습니다. 세상에 대한 지도는 여러분 스스로 그려야 합니다. 세상은 어떻게 변할지, 나는 어디에 가서 누구와 함께 일할지,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10년 후 지도는 어떤 모습일지, 나는 누구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갈지,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지도 위 어디에 있는지,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야 합니다.






두 번째 발자국, 결정장애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저는 두려움이 많습니다. 불안이라고 해야 할까요. 창업을 도전하면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자료를 찾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 싶으면 저를 판단하는 기준이 '타인의 인정 혹은 칭찬'에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스로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합니다. 결과가 안 나오면 이는 점점 저를 목 조여옵니다.

하지만 모두가 불완전한 사람입니다. 모두가 완벽할 수 없으며 모두 다 실패를 합니다. 중요한 점은 그러한 실패에서 누가 다시 일어나는가입니다. 실패 후 빨리 회복하는 능력, 우리 삶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의사결정, 즉 '사람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왜 선택하는가?'
데이터 스모그, 너무 많은 데이터는 마치 스모그처럼 우리에게 공해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정보의 양은 많아졌지만 의미 있는 정보가 뭔지 몰라서 오히려 의사결정이 어려워진 거예요. 미래는 점점 불확실해지고, 뭘 믿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 '햄릿 증후군'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특히 요즘에 와서 결정장애가 더 사회적인 이슈가 됐을까요? 저는 그것이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과 관련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결정을 잘 못하는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입니다.
판단 기준이 '타인의 인정 혹은 칭찬'이라면, 성격이 신중한가 경솔한가와 상관없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높습니다. 세상은 점점 예측 불가능하고 인생은 늘 불확실한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따라서 잘하는 것에만 매달리는 사람보다는, 그리고 실패의 두려움이 큰 사람보다는 실패 후 빨리 회복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는 게 더 현명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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